2010년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은 맞수 이란을 만났다. 한국은 후반전 중반까지 3골을 허용하며 1대 3으로 끌려갔다. 이때 승리를 굳히려는 이란이 '침대 축구'에 돌입한다. 골키퍼마저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광경이 여러 번 연출됐다.
그런데 종료 11분을 남기고 박주영·지동원이 잇따라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4대 3으로 뒤집었다. 동점과 역전골이 터지자 이란은 바로 거친 공격 축구로 돌변했다. 조금 전만 해도 드러눕기에 바쁘던 경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침대 축구의 양면성을 증명한 경기였다.
선제골을 넣거나 승산 없는 경기라고 판단할 때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경기를 지연하거나 극단적 수비를 펼치는 경우를 '침대 축구'라고 한다. 특히 중동 축구에서 흔히 목격되는 전술인데 남미나 유럽 일부 국가도 종종 이를 활용한다. 하지만 공격 위주의 현대 축구 정석과 거리가 멀고 축구의 재미를 빼앗는 비신사적인 행위다.
석 달여 앞둔 대선 레이스에서 '침대 축구 경계론'이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그제 정치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선명한 정책 차별 없이 2중대 전략과 침대 축구로는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이다. 정권 교체만 외치고 상대를 흠집 내는 전략으로는 이기기 힘들다는 의미인데 제1야당 대선 후보의 자질 문제와 선대위 역할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의식한 메시지로 읽힌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갖가지 해프닝을 보면서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8일 청년 문화예술인 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답변을 떠넘기는 소위 '마이크 토스'는 웃음거리가 됐다. 11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 18개 시·군 번영회장 초청 간담회도 그렇다. 간담회 없이 사진 촬영만 하고 20분 만에 윤 후보가 떠나자 일부 참석자들이 흥분해 항의하는 등 소란을 빚었다. 지난주 이재명 후보가 출연해 호평을 받은 서울대 금융경제 세미나 강연회도 윤 후보 측이 초청을 거절하면서 뒷말이 많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가 최고 책임자를 뽑는 대선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대선 주자가 무리 지어 다니며 사진 촬영만 해댄다면 이런 황당무계가 없다. 이는 단순히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당의 수준과 양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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