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발 선착순 분양 봇물…아파트 미분양 털어낼 수 있을까

청약통장 사용 않고도 원하는 동호수 선택 가능…소비자들도 '전략적' 관심
"선착순 분양 시장에서도 도심 입지 선호 현상 두드러져"

공급 과잉 논란에 청약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선착순 분양 시장이 뜨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선착순 분양에 들어간 더샾 동성로 센트리엘 조감도. 포스코건설 제공
공급 과잉 논란에 청약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선착순 분양 시장이 뜨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선착순 분양에 들어간 더샾 동성로 센트리엘 조감도. 포스코건설 제공

중구 동성로에 들어서는 '더샵 동성로 센트리엘'(주상복합아파트)은 지난 10일부터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청약통자 가입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되 미달 또는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면 무순위 청약이나 선착순 분양 방식으로 추가 계약자를 모집한다.

선착순 분양 이후 더샵 동성로 센트리엘에는 실수요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과 1, 2호선 환승역 반월당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 장점 때문이다.

시공사(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실부담을 낮추기 위해 1차 계약금 1천만원의 정액으로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무순위 청약과 달리 소비자들이 원하는 동호수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발 '선착순 분양'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공급 과잉 논란에 청약 미달이나 포기가 속출하면서 미분양 부담을 털어내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선착순'이 뜨고 있는 것이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현재 선착순 분양에 들어간 대구 아파트 단지는 중구 ▷더샵 동성로 센트리엘 ▷힐스테이트 동인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 동구 ▷안심 호반써밋 이스텔라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 ▷용계역 푸르지오 아츠베르, 수성구 ▷수성레이크 우방 아이유쉘 등 10여곳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대구 부동산 시장은 분양만 하면 조기 완판에 성공하는 호황기였지만, 현재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최근 수 년 간 대구 지역에 사상 최대의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공급과잉 시장이라는 꼬리표를 단 영향이다. 아파트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적정 입주량은 연간 1만1천953가구 수준이지만, 2020년 1만3천660가구→2021년 1만6천284가구(추정)→2022년 1만9천604가구(추정)로 적정 수요를 훨씬 초과한다.

여기에 그동안 이어져 온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정부 대출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분양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도심내 뛰어난 입지, 합리적 가격, 뛰어난 상품성, 우수한 브랜드 등으로 무장해도 청약 미달이나 포기가 잇따르면서 결국 '선착순 분양'까지 가야 비로소 완판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도심 외곽의 청약 미달 단지에서 시작된 선착순 분양 시장이 점차 대구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선착순'은 대구 아파트 미분양 감소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미분양 가구수는 지난 6월 1천017가구에서 7월 1천148가구, 8월 2천365가구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9월 2천93가구, 10월 1천933가구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분양업계는 선착순 분양을 통한 물량 소진이 미분양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공동주택 미분양 추이(자료: 대구시)
대구 공동주택 미분양 추이(자료: 대구시)

소비자들도 선착순 분양 시장에 '전략적'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구 등 부동산 규제 지역의 경우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동호수 불만 등으로 계약을 포기하면 7년 또는 10년간 재당첨 제한을 받는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동호수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착순 분양이 내집 마련의 또 다른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정체 또는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선착순 분양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분양가를 유지할 수 있는 도심 입지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무주택 실수요자나 갈아타기 수요자의 경우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수요자 본인이 원하는 동호수 추첨이 가능한 선착순 분양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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