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채 두 달이 남지 않았다. 새해 벽두를 장식하게 될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시진핑 주석이 야심 차게 준비해 온 국가주석 3연임을 공식화할 2022년의 첫 정치 일정이라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기념비가 될 만한 스포츠 행사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과 중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 등 코로나19 상황 악화와 중국 인권 문제를 명분으로 삼은 미국의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두 가지 난관에 맞닥뜨렸다.
사실 중국의 모든 촉각은 중국공산당의 제3차 '역사결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시 주석의 권력 기반 강화에 맞춰져 있다. 2019년 말 우한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직후인 지난해 1월 미얀마를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시 주석이 해외 순방을 일절 하지 않은 것도 3연임을 확정 지을 2022년 10월 당 대회를 염두에 둔 안전 포석이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시 주석의 굳건한 집권 기반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대형 정치 선전 이벤트로 활용될 예정이다. 시 주석이 내세울 집권 명분의 하나가 코로나19 창궐이라는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안전하다'는 '제로 방역'에 대한 자부심이다.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항공편을 전면 통제하면서 해외에서의 바이러스 유입을 봉쇄하다시피 한 '제로 방역'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중국의 제로 방역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은 시 주석의 정치 구상에 어깃장을 놓았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대거 베이징 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이 확산될 경우, 시 주석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시 주석의 3연임을 통한 장기 집권 구상은 차곡차곡 현실화될 것이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과 허베이성 장자커우는 이미 전시와도 같은 차단과 봉쇄에 돌입했다.
베이징으로 향하는 해외 항공편은 차단됐고 고위급 외국 정상의 베이징 방문도 사실상 봉쇄된 지 오래다. 중국 측과 종전선언 추진 문제를 협의하러 나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방중(訪中),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양자회담을 가진 곳이 베이징이 아니라 톈진이었던 것은 고위급 외교사절도 베이징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올림픽 100일 전인 지난 11월부터 준전시 상태와 다름없는 봉쇄 조치에 돌입했다. 베이징과 세계 주요 도시를 잇는 항공편에 이어 국내 항공편도 운항 편수를 대폭 줄이는 등 통제되고 있다. 내국인도 허가 없이 베이징으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허가를 받더라도 반드시 48시간 이내 코로나바이러스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2주간 지정된 숙소(호텔)에서의 자비 격리와 1주간의 자가 격리 등 3주간의 격리 조치를 거쳐야 할 정도로 베이징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
네이멍구자치구와 윈난성, 광시좡족자치구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자 당국은 아예 이들 지역 주민의 베이징 진입을 금지시켰다. 심지어 택배 등을 통한 코로나19 유입을 막겠다며 타 지역과 해외에서의 베이징 택배와 화물에 대해서도 통제한다.
베이징 외곽에서 베이징 시내로 출퇴근하는 통근자 역시 시내로 진입할 때는 음성 검사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 공세보다 봉쇄에 가까운 통제가 외교사절의 베이징 올림픽 축하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에 대해 베이징올림픽조직위는 선수촌과 경기장으로 통하는 폐쇄 루프만 이용하도록 하고 시내 관광 등 베이징 시민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엄격한 봉쇄 조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자칫 이번 올림픽이 사상 최악의 봉쇄 올림픽이 될 공산이 커졌다.
이와 더불어 미국이 주도한 외교적 보이콧 사태가 미중 간의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우리 정부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평창 어게인'을 내심 기대하면서 종전선언을 추진해 온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의 보이콧 방침을 적극 따를 수도,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축하 사절을 이끌고 중국 측 손을 들어주는 일도 불가능해진 '진퇴양난'이다.
2015년 9월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전 70주년'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전승절'(戰勝節) 행사에 서방 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문 대통령이 보여주면서 '데자뷔 현상'을 연출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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