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꾸로읽는스포츠] 볼보이·계시원이 몰고 온 홈 어드밴티지 논란

강원FC 볼보이들 승강 플레이오프서 경기 지연 행위로 비난받아…프로농구는 홈팀 고용한 시간 계시원 물의 빚자 연맹 관계자로 교체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구단을 통해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벌어진 볼보이 경기 지연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강원FC 홈페이지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구단을 통해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벌어진 볼보이 경기 지연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강원FC 홈페이지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강원FC의 볼보이 태업을 놓고 홈 어드밴티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프로 스포츠가 도박성 오락에 중점을 두고 흥행을 통한 돈벌이 수단임을 고려하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어느 정도의 홈 어드밴티지는 유지되어야 한다. 반면 '어린이에게 희망을'이란 모토를 내걸고 국내 프로 스포츠가 태동한 점을 반영하면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홈 어드밴티지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선수와 지도자, 구단·연맹 직원 등 프로 스포츠 관계자들은 심판의 실수와 마찬가지로 홈 어드밴티지도 경기 일부로 받아들인다. 진정한 승자가 되려면 이를 극복할 만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의 정도의 차이다. 의도치 않은 일로 홈팀이 득을 봤다면 경기 후에는 원정팀에 대한 사과 등 배려가 필요하다. 볼보이 사태는 세계 곳곳의 축구 경기장에서 가끔 나오는 일이다. 해프닝으로 뉴스가 되기도 하지만, 큰 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강원FC(K리그1)와 대전하나시티즌(K리그2)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벌어진 볼보이의 경기 지연 사태는 도를 넘었고 대응도 매끄럽지 못했다. 홈팀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는 이 사태와 관련, 경기 직후에는 홈 앤 어웨이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으나 대전과 프로축구 팬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구단을 통해 "대전과의 경기에서 매끄럽지 못한 경기 진행으로 잔류의 기쁨보다는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다. 대전 구단과 팬 여러분에게 매끄럽지 못했던 경기 진행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강원 팬과 K리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사과한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 강원은 4대1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0대1로 패한 강원으로서는 K리그1 잔류를 확정 짓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강원FC 산하 유스팀 강릉제일고 축구부 선수들로 구성한 홈팀의 볼보이들은 고의로 경기를 지연하는 볼썽사나운 행동을 마구잡이로 했다. 이들은 대전 선수들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공을 던지거나 들것을 들고 천천히 움직이는 등 시간 지연으로 경기 진행을 방해했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이런 행위를 해 모의한 의혹마저 남겼다.

이 경기를 관장한 최윤겸 경기감독관은 "전반전 막판부터 볼보이들의 의도적인 시간 지연이 의심돼 하프타임에 강원 홈경기 운영팀장에게 '볼보이 교육을 잘 시켜달라'고 했다. 지나친 행동을 한 볼보이는 교체 지시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홈팀에 유리한 이 같은 경기 지연 행위는 예전 프로농구에도 있었다. 프로축구 승강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로 우승팀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진행을 맡은 홈팀의 시간 계시원이 사고를 쳤다. 2003년 4월 10일 강원도 원주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TG(현 원주 동부)와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의 2002-2003 시즌 챔피언결정전 5차전(4차전까지 2승 2패)에서 4쿼터 종료 직전 약 15초간 홈팀인 원주 TG의 계시원이 시계를 멈춘 것이다. 이 덕분에 종료 직전 뒤지던 원주 동부는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가져갔고 3차례 연장전 끝에 승리했다. 원주 TG는 6차전에서도 이겨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해당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당시 한국농구연맹은 계시원 잘못을 확인하고 재경기 결정을 내렸으나 동양은 프로농구의 대승적 발전이란 이상한 명분으로 5차전 패배를 받아들여 대구 농구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후에도 팬심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일삼던 동양은 2011년 연고지를 대구시에서 경기도 고양시로 이전(야반도주)했다.

이 경기의 계시원 사태 후 한국농구연맹은 홈팀 관계자들이 하던 계시를 연맹의 경기 진행요원으로 교체, 말썽의 소지를 없앴다.

홈 어드밴티지는 홈 팬들의 응원과 선수들의 경기장 적응 환경 등에 그쳐야 한다. 강원FC의 볼보이 사태처럼 원정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행위를 홈 어드밴티지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경기 진행을 돕는 볼보이가 앞으로도 승부욕으로 경기 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만큼 교육과 제재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승격의 운명이 달린 경기를 중립 경기장에서 치르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중요한 경기는 연맹에서 직접 볼보이를 운영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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