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팅으로 만난 여성 폰 개통하게 한 뒤 가로챈 남성

피해 여성 "성폭행, 구타당했다"며 고소, 법원 "사기만 유죄"
법원 "피해자 진술 믿을 수 없어…성폭행, 상해는 무죄"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는 13일 채팅으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를 개통하도록 해 이를 가로챈 혐의(강간, 사기 등)로 기소된 남성 A씨에게 사기 혐의만 인정해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30일 채팅을 통해 1천만원을 빌려 줄 사람을 찾는다는 여성 B(20) 씨에게 접근해 '애인 대행'을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같은 날 오후 5시 40분쯤 서울에 있는 한 모텔에 투숙해 성관계를 맺었고, 오후 6시 44분쯤 함께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A씨는 B씨 명의로 스마트폰을 개통해 달라고 한 뒤 돈을 빌려주기 위한 작업을 하러 가는 것처럼 속이고 자리를 떴고, 휴대전화만 챙겨 잠적했다.

검찰은 이들이 함께 모텔에 투숙했을 때 'A씨가 얼굴 등을 때리며 성폭행했다'는 B씨의 진술을 토대로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탈의 순서 등 B씨의 진술 주요 부분에 일관성이 없고 ▷이들이 만나기 전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볼 때 이들이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A씨가 내 옷을 먼저 벗겼다'고 주장하다가 법정에서는 'A씨가 먼저 옷을 벗은 후 내 옷을 벗겼다'고 진술했다"며 "또 3차례에 걸친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한 번도 진술한 적이 없는 내용인 '성폭행할 당시에 구타를 당해 눈 부위가 붓고 피멍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애인 대행' 대가로 A씨에게 1천만원을 빌리기 위해 만난 것이고 성관계를 맺을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만남 직전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애인 대행을 해달라는 말에 피해자는 구체적인 신체 사이즈 및 전신사진을 보냈다"며 "신규 개통한 휴대전화를 A씨에게 건네고 기다리던 도중 A씨에게 속은 사실을 깨닫게 돼 앙심을 품고 성폭행 및 구타를 당했다고 고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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