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민생살리기에 묘수는 없다

이장식 경북도 자치행정국장

이장식 경북도 자치행정국장
이장식 경북도 자치행정국장

진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묘수 세 번이면 그 바둑 진다'는 바둑 세계의 격언은 기본을 갖춘 단순한 것들이 복잡하고 현란한 것보다 힘이 세다는 뜻이다. 상황이 복잡할 때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도 묘수이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단순함일 때가 많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골목 상권과 서민 경제가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는 절박한 상황이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융자금 일시 상환이 힘들어 폐업조차 할 수 없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생각하면 풀어야 할 문제들이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이다. 이런 상황에 묘수는 없다. 오로지 진솔한 소통이 진리이고 공감과 협력을 통해 비로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경북도는 지난 3월 영천시를 시작으로 '새바람 행복버스'를 타고 시·군 민생 현장을 찾아 나선 지 8개월여 만인 지난달 중순 울릉크루즈에 몸을 싣고 마지막 종착지 울릉군 현장을 다녀왔다.

새바람 행복버스에는 묘수가 없다. 시나리오도 없이 도정 최고 책임자는 오로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만 집중한다. 현란한 답변과 깨알 같은 홍보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답변은 나중에 행동으로, 정책으로 하면 된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민생 현장이 특별히 거창한 것도 아니다. 군위 군민에게는 대구시 편입이 민생이요, 울릉 군민에게는 편안한 바닷길을 열어주는 해상교통 편의 확보가, 안동 시민에게는 한국형 헴프산업과 백신사업의 중심지가 되는 희망이 곧 민생인 셈이다.

세심한 민생 배려는 금세 결과로 이어졌다. 올 한 해 새바람 행복버스 정책 건의는 민생 각 분야에서 총 199건으로 법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5건을 제외하고는 도정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채택되었다. 특히, 이 중 78건은 도비 예산 1천473억 원 투입을 결정, 즉시 해결 가능한 것은 속도감 있게 해결해 도민 소통의 신뢰감을 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민생, 말 그대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경산에서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는 외식업계의 하소연을 들었고, 포항에서는 학원업계의 고충을 접했다. 정부에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해제 건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응답한 대표적인 예이다.

지역별 탄력적인 방역 정책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경산 지역 외식업 종사자의 떨리는 목소리와 눈빛을 외면할 길이 없어 중대본회의 때 끈질기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결국 경북은 4월 26일부터 12개 군 지역에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해제하는 '경북형 거리두기'를 시범 실시하게 되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듯이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금 보훈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 사례도 있었다. 독립운동의 성지인 안동에서 만난 73세 월남전 참전 노병의 얼굴에는 섭섭함이 가득했다. 국가유공자 장례 시 보훈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에서는 태극기 관포식조차 하기 힘들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가는 길에 충분한 예우를 해달라는 호소였다. 그 자리에서 "즉시 개선하겠다"고 답변하고 관계 기관, 도내 병원과 협의해 강화된 장례 의전 선양 행사를 18차례 실시했다.

묘수 세 번이면 그 바둑 진다. 행정도 그렇다. 진솔한 소통과 정책으로 응답하는 정수를 두는 것이 결국에는 민생을 보살피는 첩경이다. 묘수를 남발하는 가벼운 행정이 아니라 정수로 승부하는 책임감 있는 행정을 해야 할 어려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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