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너 최덕술 "영화 속 오페라, 알고 보면 더 재미있지요"

[매탑 아카데미 강연] 성악가 테너 최덕술 씨
오페라, 마음의 문 열면 어려운 이야기 아냐…누구나 감동 받을 수 있어
주인공의 직업과 의지, 극 전개 암시해

성악가 최덕술 테너와 이윤경 소프라노가 13일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참가 회원들을 위해 공연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성악가 최덕술 테너와 이윤경 소프라노가 13일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참가 회원들을 위해 공연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오페라, 생각보다 정말 많이 나옵니다.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감독들이 영화 속에 오페라의 한 장면이나 아리아를 삽입한다는 건 대단히 큰 의미와 의도를 갖고 있어요. 어떤 의미를 갖고 이 곡을 넣었을까, 이 장면을 찍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 커집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 테너 최덕술 씨가 13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영화 속 오페라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최 씨는 ▷귀여운 여인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쇼생크 탈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파리넬리 등 다섯 영화에 나온 오페라 장면과 오페라에서 나온 클래식 삽입곡을 소개하며,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먼저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나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관람 장면에 주목했다. 최 씨는 "줄리아 로버츠가 맡은 '비비안'은 몸을 파는 여성인데, 두 사람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극장에서 관람하는 작품이 바로 라 트라비아타"라며 "제목의 뜻이 뭐냐면, '정도를 벗어난 여인'이다. 비비안의 직업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페라를 본 적도 없고 클래식 음악도 모른다'던 비비안이 작품이 끝날 때쯤에는 눈물을 흘린다. 감정적으로 순수한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고, 누구나 직관으로 봐도 감동받을 수 있는 게 오페라"라고 덧붙였다.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 최덕술 테너가 13일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영화 속 오페라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 최덕술 테너가 13일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영화 속 오페라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이어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긴장감 넘치는 오페라 극장 장면에 들어간 푸치니의 '토스카'를 소개한 최 씨는 다음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영화"라며 '쇼생크 탈출'의 유명한 장면을 소개했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은행가 출신 주인공 앤디가 소장의 탈세를 도와 신뢰를 얻은 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Che soave zeffiretto)를 교도소 전체에 트는 장면이다.

최 씨는 "이 음악은 백작부인과 시녀 수잔나가 백작을 속이려는 가짜 편지를 쓰며 부르는 노래"라며 "이것이 결국 불법 이중장부를 만들어줘 돈을 빼돌리게 한 뒤 탈옥하면서 그 돈을 가지고 나간 주인공 앤디의 상황과 너무 비슷하지 않으냐"고 했다.

네 번째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 나온 오페라 '투란도트'의 명곡 '네순 도르마'. 최 씨는 "오케스트라가 순식간에 고음을 내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이 여기서 '악보'를 보여준다. 그때 쏠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거세 가수 '카스트라토'를 주제로 한 영화 '파리넬리'를 소개한 그는 동행한 소프라노 이윤경 씨와 함께 영화에 나온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를 비롯해 5곡을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회원들 앞에서 직접 공연해 감동을 안겼다.

최 씨는 마지막으로 "클래식을 연주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12월의 밤 매일탑리더스 회원들에게 감동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고 인사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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