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통복지사업 시민공모전] 행복을 담는 시내버스

성백광 씨(교사)

성백광 씨(교사)
성백광 씨(교사)

내가 시내버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 승용차 10부제와 이후 시행한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시내버스의 안락함과 편리함, 그리고 안전함에 매료되면서부터였다.

가끔 학생들은 날 보고 "선생님은 왜 버스를 타고 다니세요?"라고 묻는다. 그 말 속에는 '자가용이 없어요?' 아니면, '운전면허증이 없어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씩' 하고 미소를 짓는다. 이는 버스를 타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의미를 담은 미소다. 요즘 아이들의 대화 속에는 거친 말과 과격한 몸짓이 많이 섞여 있다. 특히 시내버스에서 심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가 버스 안에 내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한참 지나 발견하고서는 금방 말투와 행동을 바꾼다. 그러고 나서 날 향해 머쓱해하며 얼른 고개 숙여 반성의 표시를 한다.

나는 요즘 직장에서 시내버스 예찬론자로 변신 중이다. 복도에서 동료 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난 우리 학교에서 내가 가장 큰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고 자랑한다. 시내버스를 타면 뒤에서 느닷없이 울려대는 경적에 놀라는 일도 없다. 옆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자동차들 때문에 짜증이 나는 일도 없다. 바로 코앞에서 바뀌는 빨간 신호등에 가슴 조마조마할 필요도 없다. 혹시나 하는 사고 위험도 없어 정말 좋다. 그래서 난 출퇴근 시간만큼은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시내버스를 타면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

가끔 승용차를 직접 운전할 때가 있다. 시내버스에 몸이 밴 나는 자가용이 불편하기만 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주차 문제로 마음이 상하기 일쑤다. 좋은 일로 갔다가 자칫 마음만 상하고 오는 경우가 생긴다. 직장에서도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 간혹 같은 직장 동료끼리 주차 문제로 서로 언쟁을 높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처럼 이렇게 생활의 지혜를 시내버스에서 찾지 못함이 안타깝다. 주차 문제의 해답은 시내버스에 있는데 아직도 그 정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듯 우리 삶 속에서의 소소한 행복들이 어쩌면 시내버스에 모두 다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느림의 미학을 시내버스에서 배웠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여유로워 보인다. 덩달아 나에게까지도 전염이 되어 출퇴근 시간이 항상 여유롭다. 여유로움은 보이지 않던 나와 타인의 행복을 보이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시내버스 안에서의 행복이 곧 세상 밖 모두를 행복하게 보이도록 한다.

난 매일 아침 시내버스에서 내려 대략 700m 정도를 걸어 직장에 도착한다. 이 거리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딱 좋다. 고맙게도 시내버스가 나의 건강을 항상 챙겨주는 셈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행여 도로가 혼잡하고 막히게 되는 날이면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직장 동료보다 내가 먼저 학교에 도착하는 경우가 있다. 시내버스에는 바로 버스전용차로라는 신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내가 아침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릴 때면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칠 때가 있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걱정스레 나를 빠끔히 바라다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야, 아비야! 자가용이 어디 고장이라도 난 거냐?"

그럴 때마다 난 승용차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시내버스를 탄다고 얘기하곤 했다. 오늘은 왠지 아침 시내버스를 기다리면서 출근길에 아버지가 했던 이 말이 무척이나 듣고 싶었다.

※2021년 교통복지사업 시민공모전 수기 대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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