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경제는 정치 아닌 법치의 힘으로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에게 특강하는 자리에서 "경제는 과학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치"라고 했다.

이어 자신의 정책인 '기본금융'과 관련해 "부자들은 잘 갚는 집단이니까 이자율이 엄청 싸고, 가난하면 이자를 엄청 높게 내야 한다. 이게 정의로우냐"고 반문했다. 물론 이 후보는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하고 금융의 공공성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부연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에서 보듯 지도자의 잘못된 경제관은 국가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은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는 주장은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이자가 싸고, 낮을수록 이자가 비싼 통상의 금융 원칙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 후보의 발언은 당선 시 관 주도의 경제와 포퓰리즘을 실행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 가난한 자와 부자를 구분하는 이 후보의 '이자론'은 은행권에 약자인 서민 다수의 표를 얻으려는 국민 갈라치기식 경제관이다. 돈을 빌리는 데 애로가 있는 사람을 모두 내 편으로 만들려는 심산이다.

부자나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높은 이자를 내고, 가난한 자나 신용도가 좋지 않은 사람이 낮은 이자를 낸다면 세상의 어느 은행이 버티겠나. 이런 은행이라면 순식간에 망하고 말 것이다. 은행이 망하면 국가경제가 붕괴하는 것은 물론 가난한 자와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가난한 자나 서민 다수는 이 후보의 발언이 솔깃할 수 있다. 담보가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 사장들조차 심정적으로는 금융권에 약자라고 느낄 것이다. 이 후보의 발언은 이런 유권자들의 마음을 훔치려는 선동이다. 민간은행의 금리를 소득별로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독재국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후보의 반시장적 경제관은 '특정 지역에서의 음식점 허가총량제'와 '국토보유세'에서도 잘 드러난다. 물론 좁은 지역에 음식점이 난립하면 제 살 깎기식 경쟁으로 업소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또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발을 빼기는 했지만 땅은 공공의 것=국가의 것이라는 이 후보의 인식은 조그마한 땅만 가져도 세금을 걷어 이른바 약자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포퓰리즘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 등에서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법치가 확립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준수하여야 할 최소한의 정의(正義)가 법이며, 국가는 '경제주체가 각자 노력한 성과를 향유할 수 있는 정의'가 보장되도록 법을 제정하고, 그 법을 제대로 집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법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기업인과 국민들이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되고, 개개인의 이기심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환생한다면 철저히 법치를 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경제력 격차를 보고 법치의 위력에 스스로 놀랄 것이다. 중남미·아프리카와 북미·유럽의 양상을 보면 그렇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노스(North) 등 신제도학파 경제학자들도 법치가 사유재산권 보호, 계약의 이행, 계약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예측 가능성 제고 등을 가능케 해 경제발전과 경제정의 실현의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는 이 후보의 말처럼 정치가 아니라 경제원칙에 바탕을 둔 법치에 의해 움직여야 효율적이다. 그 원칙은 공정경쟁, 계약의 신성함, 자기책임 등이다. 나머지는 자유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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