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청이 노인복지관 간판을 바꿔 다는 데 수천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나서면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낮은 재정자립도 등 기초자치단체의 빠듯한 살림살이로 볼 때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구청의 행정이 납득하기 어렵고 전혀 미덥지도 않다는 것이 구의회와 주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동구청은 최근 신기동 소재 '강동어르신행복센터' 명칭을 '노인복지관'으로 변경하는 계획을 세우고 간판 교체 비용으로 3천만 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지난 2013년 9월 개관한 이 어르신행복센터 명칭은 당시 시민 공모를 통해 결정한 것으로 8년 넘게 사용해 왔다.
그런데 2016년 동주민센터가 행정복지센터로 명칭이 바뀐 이후 비슷한 명칭이 주민에게 혼동을 줄 수 있고, 대구 19개 노인복지관 중 현재 명칭이 다른 곳은 강동어르신행복센터가 유일하다는 게 명칭 변경과 간판 교체의 배경이다. 동구청은 애초 5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구의회로부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자 3천만 원으로 축소했다.
내년도 대구시 본예산이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어서는 것에 비춰 볼 때 예산 3천만 원이 좁쌀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선 구청의 재정 속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만만치 않다. 2020년 기준 동구 재정자립도는 고작 19.5%에 불과하다. 대구 8개 구·군 평균인 24.7%에도 한참 모자란다. 동구보다 재정자립도가 더 낮은 곳은 서구와 남구밖에 없다.
명칭 변경은 그렇다 쳐도 간판을 전부 교체하는 데 굳이 많은 예산을 쓸 까닭은 없다. 기존 간판은 그대로 두고 반듯한 나무 현판이라도 마련해 '노인복지관'임을 알 수 있게 세우면 될 일이다. 간판에 돈을 쓰기보다 차라리 노인 여가 생활에 실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나 설비 마련에 쓰는 게 백번 낫다. 그저 보기에만 좋은 떡은 복지가 아니다.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피부에 와닿아야 그게 진정한 시민 복지이고 올바른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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