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택시기사가 직접 보이스피싱 범죄자를 붙잡아 화제다.
경찰은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와 금액이 늘어나고 수법도 교묘해지면서 금융기관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주의보를 내렸다.
15일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택시기사 A(58) 씨는 자신의 택시에 탄 20대 승객의 행동이 수상하다는 것을 여기고 계속 뒤를 쫓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것을 발견, 승객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A씨는 승객이 목적지를 수시로 변경하면서 계속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고, 목적지에 도착한 뒤 승객이 한 건물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고 특정 인물과 만나 봉투를 건네받는 것을 목격했다.
A씨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건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을 잘 알고 있는 덕분이었다. 두 달 전 A씨는 20대 여성 승객을 차에 태웠고 그 역시 목적지를 수시로 변경하거나 하차 뒤 특정 건물을 찾는 행동을 보였다. 또 한적한 현금인출기를 찾아 몇 십분 동안 현금을 보내면서 A씨는 해당 여성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경찰에 신고한 바 있다.
A씨는 "범인이 차 안에서 피해자와 만나 봉투를 받고 내려는 것을 보고 바로 달려가 '당신 손에 든 게 돈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며 "젊고 건장한 청년이었는데 해코지를 당할까 하는 두려움보다 아들 같아서 차마 신고하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피해자가 더 많을 생각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오는 동안 함께 있었다"라고 전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15일 A씨의 공을 높이 사 감사장을 전달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대구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지난 2019년 1천282건, 지난해 1천3건, 올해 11월까지 925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피해 금액 역시 209억→221억→214억원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이나 정부 대출금을 미끼로 현금상환을 유도해 돈을 빼앗는 수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회사원이나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대출이 급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피해자에게 현금을 건네받는 역할을 하는 '현금 수거책' 역시 문제다. 이들은 대부분 보이스피싱 업체가 고액 알바를 미끼로 고용한 청년들이다. 불법 업체는 전국에 콜센터를 두면서 피해자로부터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수거책에 지시를 내린다.
지시를 받은 수거책은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가장 가까운 피해자에게 접근하면서 수시로 목적지를 바꾸고, 현금을 건네 받은 뒤 가짜 영수증을 주기 위해 PC방에서 잦은 인쇄를 하는 등 특이 패턴을 갖고 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대출 문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는 대표번호가 아닌 일반 전화번호나 휴대전화번호로 절대 대출 문자를 발송하지 않는다. 금융기관 밖에서 이루어지는 현금 상환 요구는 100% 보이스피싱이다. 대출은 금융기관 내에서 직접 상담 받아야 한다"며 "택시기사나 PC방 직원들은 특이 행동을 하는 고객의 행동을 살펴보고 의심이 되면 즉각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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