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알코올 맥주 '맛없다'던 오명 깼다…최근 인기, 왜?

제조기술 발전에 코로나19 이후 홈술 등 트렌드 영향

무알코올 맥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무알코올 맥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평소 맥주를 좋아한다는 배모(29) 씨는 '무알코올 맥주 같은 걸 왜 마시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생각이 달라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술을 즐겨 마신 탓에 배가 나오자 대안으로 무알코올 맥주를 찾은 것. 배 씨는 "원래 맥주에서 처음 넘어올 때는 살짝 밍밍하다고 느꼈는데, 칼로리도 낮고 건강도 찾을 수 있어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맛없다'는 오명을 받아왔던 무알코올 맥주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는 맛을 흉내만 얼추 낸 엉성한 음료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맥주와 동일한 제조 과정을 거치면서 알코올만 추출해내는 등 고도화된 기술이 접목되면서 실제 맥주와 유사한 맛을 낸다. 여기에 홈술과 다이어트 등 건강 관리가 트렌드로 뜨면서 무알코올 맥주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이달 14일 기준) 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6배(501.3%) 늘었다. 주 소비층은 20대와 여성이다. 성별로는 여성(70.9%)이 남성(29.1%)보다 2배 이상 더 샀다. 연령대별 매출 신장률에선 20대가 지난해 동기 대비 572.4%로 가장 높았다. 30~40대(497.2%), 50대 이상(459.5)% 등 다른 연령대에서도 대체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무알코올 맥주, 갑자기 왜 주목받나

주류 업계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즐기기 위한 음주 문화가 확산되면서 무알코올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회식 문화가 사라져 가면서 건강을 챙기기 위해 집에서 분위기만 내려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쿠팡으로 무알코올 맥주를 구매한 네티즌은 리뷰에서 "코로나 시국에 어디 나가지도 못해 기분도 풀 겸 한번 사봤다"면서 "생각보다 맛이 비슷해 분위기 내기에 좋았다. 다음날 머리가 아프지도 않아 개운했다"고 했다.

비대면 소비 확산과 맞물려 무알코올 맥주는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다는 점도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민속주·지역특산주 등 전통주를 제외하곤 온라인 주류 판매가 불가능하지만, 무알코올 맥주는 성인 인증만 거치면 구매가 가능하다.

쿠팡에 입점된 무알코올 맥주인 카스제로, 하이트 제로 0.00은 리뷰가 각각 1만 건, 2만 건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올해 무알코올 맥주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81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가 7년새 146.9% 이상 커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4~5년 내에는 2천억원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알코올 맥주 신제품 러시

업계는 무알코올 맥주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리뉴얼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월 '올 프리(All Free)' 무알코올 음료 '하이트제로 0.00'을 리뉴얼, 출시했다.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100ml당 4kcal 미만은 무칼로리 식품이다. 하이트제로 한 캔(350ml) 열량은 13.8kcal로 이 기준을 충족한다. 저칼로리를 원하는 MZ세대 취향을 공략했다.

무알코올 음료 하이트제로 0.00. 하이트진로 제공
무알코올 음료 하이트제로 0.00. 하이트진로 제공

상반기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50% 올랐고, 올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의 무알코올 맥주인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0.00)'도 최근 수요가 높아지자 전 제품을 리뉴얼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무알코올 맥주 '카스 0.0'을 내놨고 칭따오는 같은 해 6월 무알코올 맥주 '칭따오 논알콜릭'을 출시했다.

주류 마케팅이 중요한 편의점 업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알코올 맥주를 취급하는 품목이 많아지면서다. 지난해 3종에 불과했던 세븐일레븐 무알코올 맥주는 올해 7종으로 늘었다. 편의점 업계는 무알코올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품 구색이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의 주 소비자층이 MZ세대의 한 축을 담당하는 20대로 교체되면 무알코올 시장 규모의 성장 속도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음식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