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숫자에 불과한데 돌아보니 나는 매 순간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왔다.
공자는 열다섯에 학문에 큰 뜻을 두었고 삼십 세에 홀로 설 수 있었으며 사십에 불혹했다. 오십에 지천명하였으며 육십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귀에 거슬리는 일이 없다 하였고 칠십에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과 도덕에 저촉됨이 없다고 했다. 그런 것처럼 나도 그렇게 나이를 먹고 살아오는 과정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심지어 나는 열다섯에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고 삼십에 홀로 서서 나를 책임질 수 있게 되었으니 공자 삶의 형태를 닮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했다. 나는 고뇌로 가득 찼던 20대를 중국집 주방에서 보냈다. 더운 여름에는 그 흔한 선풍기 한 대도 없이 안팎에서 더해지는 열기를 견뎌야 했고 겨울에는 난로도 하나 없이 볶아지는 요리의 온기로 추위를 녹여야 했다. 북풍한설에도 새벽에 나가 장을 보는 일은 나의 몫이었다.
삼십여 년이 지나 육십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고 치열하게 살았던 내 청춘의 시절로 다시 한번 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그래서 나는 20대 청춘들과 함께하는 중국집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주위에서는 모두 하던 것도 그만두어야 할 나이 육십에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고 만류한다. 하지만 나는 굳은 의지 하나로 절차를 밟아 나갔다. 이 시대는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권장한다. 청년들의 창업을 돕고 지도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창업해야 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창업을 하고 2030 청춘들을 찾아 나섰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20청춘 함께해요'를 외친 결과, 20세와 24세, 25세, 27세, 29세의 청춘들로 팀이 짜여졌다. 주방에서 일하다가 "거기 양재기 좀 하나 주세요"라고 했더니 "양재기가 뭐예요"라고 묻는다. 그는 20세이다. "마늘을 찧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묻기도 한다. 살면서 김치를 담글 일이 없었을 터이니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사물 하나를 놓고도 60대와 20대가 그것을 부르는 명칭이 달라서 발생하는 일인데, 오히려 함께 웃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서점에 갔더니 MZ세대를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 몇 권 나와 있다. 책도 두어 권 샀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등을 책을 읽으면서 학습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개업으로 잡은 날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일기예보가 나온다. 2년 동안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에 설상가상으로 오미크론까지 겹쳤다. 연일 확진자가 증가하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시 단계를 격상했다. 4인까지만 모일 수 있고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확정되면 외식업은 또 직격탄을 맞을 텐데. 나는 지금 외식업 개업을 앞두고 있으니 작은 쪽배에 청춘들의 꿈만 가듣 싣고 악천후의 망망대해를 향해 출항해야 하는 선장의 마음이다.
막상 출발하려니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있다. '라떼는 말이야'로 들릴 수도 있겠다. 나 때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배우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전문가도 배출해 냈고 장인도 만들어 냈다. 지금은 일주일에 52시간만 일을 하라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52시간은 일하기도 바쁜 시간이다. 젊었을 때 더 많이 배워 두라면서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데, 그러려면 업무 외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고심이 된다.
노동을 하는 사람이 노동에 따른 만큼의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할 만큼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 몰두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예외 조항도 필요하다고 본다. 법은 양쪽 모두가 좋다고 느껴야 좋은 법이다. 새해에는 새로운 소망으로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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