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방문 접종' 기준 구·군마다 제각각

16일 덕희학교 강당에서 특수아동 41명 대상으로 방문 접종 실시
수성구 100명·남구 20명 이상…보건소 인력·학교 수 다른 탓
"형평성 어긋난다" 불만도 나와…접종 희망자 적어 실효성 의문

대구지역 찾아가는 학교 단위 백신접종이 처음 시작된 16일 오전 대구의 한 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후 대기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지역 찾아가는 학교 단위 백신접종이 처음 시작된 16일 오전 대구의 한 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후 대기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에서 학교 방문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된 가운데 보건소마다 제각각인 기준과 저조한 참여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6일 오전 10시쯤 대구 남구의 특수학교인 덕희학교 입구에 '찾아가는 학교 단위 백신접종'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2층 강당에 마련된 대기장소에는 엄마 무릎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보였다. 휠체어를 탄 채 줄을 서거나, 주사가 두려워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선생님 손을 잡고 강당을 몇 바퀴씩 도는 학생도 있었다.

선생님들은 긴장한 학생 옆에서 스마트폰을 보여주거나 말을 건네는 등 학생을 안심시켰다. 간혹 소리를 지르며 접종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선생님과 보건소 직원 등이 함께 학생을 눕히거나 공중에 든 채로 접종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이곳에선 덕희학교를 비롯해 보명학교와 광명학교, 보건학교 등 특수학교 4곳이 공동으로 접종에 참여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재학생 41명이 접종을 마쳤다.

강당 입구에서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예진과 접종, 대기 등의 장소가 마련됐다. 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학부모와 교직원 50여 명이 함께했다. 다행히 접종을 마친 학생 41명 중 현장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난 학생은 없었다.

뇌병변 1급이 있는 손자를 돌보러 온 김소연(72) 씨는 "부작용 등이 걱정되긴 했지만 이왕 백신을 맞을 거면 친구들과 같은 곳이 좋을 것 같아 학교 접종을 택했다"고 했다.

조현관 보명학교 교장은 "일반적으로 아동들은 병원에 대한 거부 반응이 크다"며 "특히 특수 아동은 일반 의료기관에서 백신 접종을 할 때 학부모와 의료진만으로 통제하기 힘들다. 그래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 친숙한 환경에서 접종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학교 방문 백신 접종이 이제 막 시행된 만큼 개선점들도 지적됐다. 각 구·군 보건소에서 방문 접종 업무를 맡다 보니 접종 기준이 제각각이고, 대구 전체 현황 파악도 원활하지 않다.

대구시에 따르면 동구와 중구, 수성구 등은 전교생 중 방문 접종 희망자가 100명 이상이어야 한다. 이와 달리 달서구와 서구 50명 이상, 달성군 40명 이상, 북구 30명 이상, 남구 20명 이상이 각각 방문 접종 기준이다.

구·군별로 보건소 인력이나 대상 학교 수가 달라 기준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현황 파악이 더딘 것도 문제다. 보건소에서 대상 학교로부터 동의서를 받고,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등 업무 과정에서 방문 접종 현황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대구시와 교육청, 보건소 간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구시 예방접종추진팀 관계자는 "각 보건소에서 인원을 확정한 뒤 방문 접종 학교와 인원 등이 적힌 계획서를 오늘 받기로 했는데, 아직 보낸 곳이 없다"며 "보건소도 학교별로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학교도 학부모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접종자 학생 중 희망자가 저조해 방문 접종 실효성도 의문이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의 12~17세 미접종자 학생 4만6천292명 중 16.6%인 7천671명만 학교방문 접종을 희망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애초에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학생이 28.2%(1만3천103명)에 불과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순환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학생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방문 접종 자체엔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방문 접종을 활성화하려면 백신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방역 당국은 학생 이상 반응에 대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