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는 조상의 과학 정신이 깃든 흔적이 많다. 통일 신라 수도가 경주에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별과 천문(天文)을 연구한 첨성대와 불국사 돌 계단의 독특한 건축 기법, 석굴암 내부 구조의 신비스러운 비율, 여름에도 얼음을 보관한 석빙고 등에 이르기까지 숱하다.
뛰어난 천문학자도 태어났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조선 세종 때 활동한 김담(金淡)이다. 천문학자 관료로서 남긴 업적이 커 경북도와 영주시가 그를 기리며 잊지 않는 까닭이다. 김담에 대한 흠모는 원로 천문학자 나일성(90) 박사도 경북도나 영주시에 견줄 만하다.
한때 경북 예천에 국내 유일의 개인 천문관도 세웠던 나 박사는 김담을 기린 (사)과학문화진흥원 소속으로 그를 빛낼 일도 하고 있다. 1932년생인 나 박사는 평생 별을 관찰했고, 이름에도 별(星)이 있는 데다 호(號)조차 '별똥'으로 할 정도로 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인 만큼 어쩌면 천재 천문학자였다는 김담에 대한 흠모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북 예천 등지에서 국제 천문학자들과 그를 기린 학술행사를 연 것은 물론, 학술지 논문과 기고로 옛 조상의 천문과학을 알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경북도 퇴직 공무원(김규탁), 민간인(이계순) 등과 함께 조를 짜 힘들긴 하지만 국내외 천문과학 고서(古書)를 우리말로 옮기거나 풀이하는 해제(解題) 작업을 시작한 까닭도 어쩌면 경북의 과학 자산과 김담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인지도 모른다.
재정 등 어려움 속에도 해마다 1권씩, 100권의 해제 도서 발간을 목표로 버티며 지난해까지 2권을 내놓았다. 3번째 출판도 추진 중인 가운데 최근 뜻하지 않은 낭보가 날아들었다. 바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1년 세종도서 학술 부문 선정'이다. '세종도서'는 전국 도서관 등 400여 곳에 보급되니 해마다 이뤄지는 '세종도서 선정'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어찌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나 박사 일행이 펴낸 2권의 '과학 고서 해제집'은 10개 분야 학술도서 3천45종에서 최종 뽑힌 400종 가운데 순수 과학 분야 13종에 포함됐다. 코로나19로 또 한 해가 저무는 12월의 낭보로, 과학 유산이 많은 경북은 또 다른 과학 자산을 더 보태게 됐으니 연말 선물이 됨 직하다. 노학자와 그 동료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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