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절망케 하는 文의 잘못된 언행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5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부의 방역 실패로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7천여 명, 위중증 환자가 1천 명에 달하는 등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장 입에서 "이달 중 하루 1만 명, 내년 1월 최대 2만 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이 자랑했던 K방역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코로나 대확산으로 국민 생명이 위협받고, 정부의 사적 모임·영업 시간 제한으로 수백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더 큰 위기로 내몰린 상황에서 문 대통령 처신은 국민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위중증 환자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에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 메시지는 내용과 형식 모두 잘못됐다. 송구란 단어는 절박한 처지에 몰린 국민을 위로하기엔 매우 부족하다.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지도 않은 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대리 사과를 한 것도 부적절하다.

문 대통령은 몇 주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하루 확진 1만 명까지 대비했다"고 자신했다. 1만 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위독한 이들이 병상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등 아비규환 상태다. 대통령 말을 믿은 국민이 뒤통수를 맞았다. 보름 전 방역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일상 회복을 되돌려 후퇴할 순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 대처가 늦어져 사태를 키운 데엔 문 대통령 책임도 가볍지 않다.

문 대통령이 호주에서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은 국민 분노를 촉발한 결정타다. 대통령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바라보는 국민 심정이 어떨지 헤아렸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2월 코로나 첫 사망자가 나온 날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오찬'을 하며 파안대소했던 것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이 장점이던 공감 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말마저 나온다.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은 언행들이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얼마나 더 국민을 절망케 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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