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혼 데이트 폭력 급증…젊은이보다 더 위험하다

60대 이상 가해자 작년 2배↑…황혼 이혼 늘며 교제 증가, 노년층 사이 폭력 건수 급증
지난 3년간 60대 이상 가해자에 발생한 데이트 폭력 건수도 13건→14건→30건
대다수 피해 노인 부끄럽다는 이유로 신고 못 해…노인 데이트 폭력 인식도 부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젊은 층 사이의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노년층에서도 데이트 폭력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데다, 피해 호소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60대 이상 가해자에 의한 데이트 폭력 건수는 30건으로, 2019년 13건과 지난해 14건보다 증가했다.

대구에서 사건 처리된 전체 데이트 폭력 건수 중 가해자가 60대 이상인 경우가 지난해 3%에서 올해 10월까지 7%로 4%포인트 늘었다.

노인 복지 관계자와 상담소 등에 따르면 노인들은 주로 복지관이나 콜라텍 또는 지인 소개를 통해 상대방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연인이 된 뒤 집, 영화관, 카페 등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가운데 가치관이나 의견 차이로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고 심각한 경우 스토킹이나 협박 등 데이트 폭력까지 이어지게 된다.

대구 중구 포정동에서 50년째 식당을 운영해 온 A씨는 "지난 10월에도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같이 술 마시러 왔었는데 둘이 말다툼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때려 말리느라 진을 뺐던 적이 있다. 할아버지가 성적인 욕을 하며 할머니를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할머니는 의자에 얼굴을 부딪쳐 많이 다쳤다"고 말했다.

노인 데이트 폭력이 황혼 이혼(30년 이상 혼인을 지속한 부부의 이혼)이 증가하면서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홀로 지내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이성 교제를 하는 경우가 늘고 덩달아 데이트 폭력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 전체 이혼 중 황혼이혼 비율은 2018년 14%(4천530건 중 639건)에서 2019년 15%(4천655건 중 704건), 지난해 18%(4천345건 중 785건)를 기록했다.

문제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다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피해 호소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강난미 대구중구노인상담소 소장은 "노인들은 '데이트 폭력'의 개념을 몰라서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체면 문화가 강해 데이트 폭력을 당해도 '부끄럽다'는 이유로 주변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하길 꺼려 실태 파악도 어렵다"면서 "데이트 폭력을 당한 노인이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노인 간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사회에 널리 퍼져야 한다. 가해자의 위협에서 피해 있을 수 있는 보호시설 확충도 필요하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