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희망은 멀기만 할까

이재수(이재수한의원장)

이재수(이재수한의원장)
이재수(이재수한의원장)

'위드 코로나 멈춘다' '다시, 일상이 멈춘다'

최근 일제히 일간신문 1면에 게재된 내용이다.

18일부터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이 최대 4명으로 제한되고 유흥시설과 식당 등 각종 상업시설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단축된다는 소식이다.

위드 코로나 45일 만에 '고강도 거리두기'로 접어들어 우리의 일상이 멈추어 버렸다. 또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는 급증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현실에 맥이 빠진다.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2021년 12월 달력도 달랑 한 장 남은 지금, 밤거리에는 캐럴송이 사라진 듯 너무나 적막하고 가로등 불빛만이 회색 도시를 밝히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숨 가쁘게 내달리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 사람들이 제각기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고마움을 느끼는 계절이다.

하지만 못다 한 후회나 아쉬움도 회한으로 남아, 이 모두를 슬픈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갈 것이기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일은 기쁘거나 괴로운 고락(苦樂)의 롤러코스터에 얹혀 굴곡진 삶을 운명처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차가운 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채소 파는 아줌마, 굽어진 등에 무거운 파지를 싣고 힘껏 손수레를 끄는 노인들. 왠지 이러한 모습들이 낯설지가 않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추운 거리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하니, 따뜻한 사랑이 더욱 그리운 계절이다.

김강태(1950~2003) 시인의 '돌아오는 길'이라는 시가 눈에 들어온다.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모두 삶이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난리들이다. 이제 마스크 착용한 지도 어언 2년,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에서 최근 오미크론 변이까지 덮치니 상실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빨리 일상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애간장이 탄다. 지금 세상은 이렇듯 힘들고 어지러운데 사람도 춥고 날씨마저 추운 계절이기에 따뜻한 마음이 그립다. '춥지만 우리 이제'라며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려는 시인의 얘기처럼. 희망은 그저 채소 한 단 사주는 일이라고 넌지시 풀어놓는다.

난장에 앉은 아줌마는 마지막 남은 채소마저 다 팔아야 비로소 자리를 뜰 것이다. 어서 따뜻한 집에 들어가라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라고 시인은 돌아오는 퇴근길에 묻는다. 채소 한 단을 희망 한 단으로 에둘러 부른다.

진정 희망은 그렇게 멀기만 할까. 우리는 희망을 얘기할 때 너무나 큰 것을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고 희망이지 않겠는가.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 나보다 어려운 이를 생각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일이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희망은 먼저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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