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연말도 못 즐기네…" 9시 땡하자 적막해진 거리

영업마감 안내에 손님 떠나…업주 "한창 붐빌 시간인데…"
자영업자들, 수시로 바뀌는 고무줄 방역에 볼멘소리
지원금보다 영업시간 제한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고강도 거리두기 시행 전날인 17일(왼쪽)과 첫날인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정부는 내달 2일까지 사적모임 집합금지 인원을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4명까지 허용하는 고강도 거리두기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고강도 거리두기 시행 전날인 17일(왼쪽)과 첫날인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정부는 내달 2일까지 사적모임 집합금지 인원을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4명까지 허용하는 고강도 거리두기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8일 오후 9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 A씨가 운영하는 술집. 영업시간 제한으로 손님들이 자리를 비우고 난 가게 내부 모습. 임재환 기자
18일 오후 9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 A씨가 운영하는 술집. 영업시간 제한으로 손님들이 자리를 비우고 난 가게 내부 모습. 임재환 기자

18일 오후 9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 주점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취객들이 가게 밖으로 하나둘씩 나왔다. 손님 몇몇은 술집 주인 A(73) 씨의 "나가야 된다"라는 거듭된 안내에 마지못해 자리를 떴다.

A씨는 "며칠 전부터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 소식에 영업시간 제한은 없길 바랐다. 하지만 자정도 아닌 한창 손님이 붐빌 시간인 오후 9시에 문을 닫게 됐다"며 "술집은 오후 8시쯤 손님이 붐비는데, 이번 지침은 장사를 접으라는 것이다. 그간의 손해를 연말에 만회하려 했는데 허탈하다"고 하소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이 제한된 첫 주말, 모임이 줄고 연말 분위기가 사라졌다. 영업에 지장이 생긴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고무줄 방역을 비판했다.

정부는 방역상황이 악화하자 18일부터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영업시간 제한이 없었던 식당과 카페 등 시설이 오후 9시로 제한됐다. 영화관과 PC방, 파티룸 등은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사적모임 인원도 일괄적으로 4인으로 묶였다.

이날 대구 중구 삼덕동 일대 주점의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는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적막감으로 뒤바뀌었다. 가게에는 직원들이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테이블을 닦는 등 마감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인근 PC방도 마찬가지였다. 영업이 제한되는 오후 10시가 다가오자 직원은 손님들에게 "오후 10시에 자동으로 컴퓨터 전원이 꺼진다"고 안내했다. 일부 손님들은 게임을 하는 도중에 꺼야 한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18일 오후 9시 이후 술집 등이 영업시간 제한으로 문을 닫자 대구 동성로 거리는 텅 비었다. 임재환 기자
18일 오후 9시 이후 술집 등이 영업시간 제한으로 문을 닫자 대구 동성로 거리는 텅 비었다. 임재환 기자

주점에서 나온 이들은 아쉬운 마음에 술과 안주가 담긴 배달 용기를 든 채 인근 모텔로 향했다. 한동안 걷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른 귀가에 아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B(35) 씨는 "지난해에도 거리두기로 연말을 못 즐겼는데, 올해는 위드 코로나로 가능할 줄 알았다. 방역상황이 워낙 안 좋으니 정부의 지침을 이해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역에 고삐를 죄는 분위기에서 외출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1시쯤 대구 수성못 한 카페에는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매장에는 음악 소리만 울려 퍼졌다.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전날까지만 해도 같은 시간에 단체손님으로 붐볐다고 이곳 매니저는 말했다.

정부의 지침으로 영업을 제한받은 자영업자들은 수시로 바뀌는 방역 지침을 두고 고무줄 방역이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이달 3일 정부는 모임인원 제한과 방역패스 확대를 적용했고, 보름도 안 돼 또 한 번 방역지침을 강화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가게들은 짧은 간격으로 지침이 바뀌자 매번 손님들에게 안내해야 하는 등 영업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지적한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C(29) 씨는 "위드 코로나로 12명까지 예약받았다가 8명으로 줄어 조정했다. 이번에는 4명으로 줄었고, 모임 내 미접종자도 못 받는 데다 시간도 제한됐다. 예약된 손님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시간과 인원을 다시 조정하고 있다"며 "밥 먹듯이 바뀌는 지침으로 현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방역조치 강화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싸늘하다. 정부가 고려한 지원금은 100만원 상당인데,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과 자영업자 모두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다. 하지만 확산세를 잡기 위해선 앞으로의 방역이 중요하다. 정부를 믿고 이번 방역 대책을 따라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