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도 숨죽인 대구 낙동강 달성습지.
날이 새자 하늘길도 출근비행이 한창입니다.
숲에서 날아든 민물 가마우지 떼가 낙동강으로,
노련한 한 무리는 따듯한 대명유수지에 내렸습니다.
아침 식사 시간. 본능의 순간이 왔습니다.
혼자 잡겠다고 성질 급한 녀석이 나댔지만
깃털이 홀딱 젖도록 한입도 못했습니다.
"괜히 힘만 뺐지?". 눈 맞춘 3인조가 떴습니다.
이쪽에서 저쪽에서 또 한 마리는 가운데서 후립니다.
셋이 하는 자맥질. 지켜보니 몰이사냥술이었습니다.
드디어 걸려든 손바닥만 한 블루길.
가로채랴 안 뺏기랴 아침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팀워크는 여기까지, 잡고 나니 국물도 없었습니다.
잠수·수영의 고수, 물고기의 저승사자 가마우지가
어느새 낙동강 달성습지를 접수 했습니다.
깃털을 코팅하는 기름샘이 없어 털은 쉬 젖지만,
그 덕에 부력이 작아 물속을 헤집기엔 그만입니다.
갈고리 같은 부리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립니다.
물고기를 낚아채는 재주가 수달도 부럽지 않아
일찍이 일본·중국 어부들에 붙들려 이용만 당한다죠.
가마우지는 깊은 물을 좋아하는 잠수성 조류.
낙동강에 보가 들어선 이후 하나 둘 날아들더니
이젠 천리 물길 곳곳에 떼로 눌러앉았습니다.
수심 2미터쯤은 우습게 드나들며 닥치는 붙들어
한마리가 하루 최대 7kg까지 꿀꺽 해치웁니다.
치어를 방류하며 실컷 키웠는데 빈 그물.
어부들은 이들이 손맛을 앗아갔다며 아우성입니다.
둥지 튼 숲은 독한 배설물에 골골하다 민둥산으로.
피해가 크다며 '유해 조수 지정' 목소리가 높지만
'보호종'이어서 얄미워도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에 포착된 민물 가마우지 수는
1999년 1월 269마리, 올 1월엔 2만1천여 마리.
이젠 낙동강 수중 생태계 지배자로 떠올랐습니다.
낙동강 얕은 물에 놀던 수면성 철새들은 지천으로,
모래톱을 좋아했던 두루미는 영영 떠나버렸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