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에 조깅하러 나갔다. 공기는 맑고 청아했으며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었다. 사는 것을 좋아하게 하고 좋아한 것을 보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해는 동쪽하늘 산위로 붉은 기운을 뒤로 하며 솟아오르고 있었다. 과수원 자두나무 둥치에 묶여있는 맹인안내견 누렁이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나를 반기며 같이 놀자는 몸짓과 소리를 정겹게 내었다. 그 녀석과 장난치며 노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달리기를 끝내고 할 일이었다.
계속 달려 반환점에서 방향전환을 하여 밝아진 하늘을 인식하고 쳐다보았다. 해가 밝은 빛을 비추고 있었다. 평소에는 감히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날은 한 번 쳐다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해를 오래 보면 시력을 잃는다는데 …' 망설여졌지만 잠깐만, 그야말로 잠깐만이라도 한 번 봐보자. 어떤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그새 고도가 조금 더 높아진 동쪽하늘의 해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야말로 강력한 눈 맞춤이 일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강력한 밝음은 굉장해 이 글을 써나가게 했다. 나는 그를 한 번 쳐다보기 위해 용기까지 동원해야 했는데, 그는 나를 계속 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것도 결코 그만큼 강력할 수는 없다. 용접하는 불꽃도 해와의 눈 맞춤에 비하면 그야말로 반딧불에 지나지 않을 정도일 것이다.
그 강력한 인상에 놀라기는 했지만 무엇인가 그 만큼 강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내 영혼을 파고들어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두세 번을 더 그렇게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그쳤다. 0.1초 정도 힐끔 쳐다보는 것은 허용되었지만 그 이상은 안 보는 것이 좋겠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시력에 지장을 받거나 잃을 지도 모른다는 내 안의 경고음이 조심하게 했던 것이다.
이 짧은 체험은 다소 긴 생각을 하게 했다.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이렇게 밝은 기운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여 온종일 해와 함께 산다면 분명히 삶이 밝아지고 성과도 좋을 것이다. 해가 진 어두운 밤에 제때 잠자리에 들면 새벽에 저절로 잠이 깰 때까지 푹 자더라도 해뜨기까지는 아직 기다려야 할 것이다.
사람이 이 땅에서 살아온 지난 8백만 년 동안 대부분의 기간을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고 해뜨기 전에 일어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과학문명의 발달 덕분에 전기와 전등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지구촌 인류 삶의 리듬이 점점 더 '올빼미형'으로 바뀌어 왔고 점점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 많은 양의 물질들과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 전기 생산량은 약 70만 kw/h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100백 배나 많은 7천만 kw/h를 넘어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모자라서 블랙다운이 올 수도 있는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전기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는 중공업과 각종 제조업으로 이 정도나마 여유있게 살고 있는데, 이를 위해 엄청난 양의 석유, 가스, 석탄을 수입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연간 7억 톤이나 된다. 이 짧은 지면에 이들이 일으키는 각종 문제을 모두 소상하게 언급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찰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미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개선의 여지가 아직은 다소 있는 지금의 때를 놓치면 상당한 고통이 엄습해 혼란을 초래할 것이고, 우리를 환경친화적인 새 삶의 방식으로 몰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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