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 틈 사이 자리잡은 풀, 공사장 철근 위에 앉은 까치, 콘크리트 도로의 맨홀 뚜껑 등 도시의 작고 진부한, 심지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사물들이 화면 속 조형언어로 등장하고 있다.
도심 속 소소한 사물을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시키면서, 개별적 존재로서 이것들이 얼마나 취약하고 덧없는 존재인지 거듭 환기시키고 있는 작가 허찬미가 우손갤러리에서 개인전 'Settlement'전을 열었다.
작가는 인간이나 동물, 식물 등과 같이 구체적이고 조형적인 특징을 가진 오브제를 건축적인 환경에서 가구와 철근, 콘크리트 덩어리와 같은 기하학적 모티브와 함께 화면에 간결하고 견고하게 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인 구조로 배치시켰다.
이와 함께 전체적인 화면의 구성과 느낌은 시각적 배치 상태나 환경 조건에 대한 어떤 서술적 묘사도 없이 해당 사물에 대한 일종의 구체성과 객관성만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섬세하고 미묘한 회색 톤의 채색 방식은 정지된 사물들이 다소 버려지고 잊어지고 소외된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정적이고 고요한 세계에 대한 조화를 은연 중에 노출되게끔 한 점은 작가적 창작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모티브의 단순함과 겉보기에 하찮은 사물들은 움직이지 않는 수동성과 왠지 모를 쓸쓸함을 자아내면서 전체에서 부분으로 떨어져 나왔다는 측은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부연하자면 허찬미는 도시 속 진부한 사물을 통해 여전히 견고하면서도 진실하며 없어서는 안 될 실체의 숨겨진 현실을 화면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1991년 부산 출생의 작가는 이제 막 30살을 넘긴 젊은 예술가로 나이에 비해 동시대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자세는 그 어떤 노장에게도 밀리지 않는 진지함과 진실성을 갖고 있다.
전시는 2022년 2월 4일(금)까지. 문의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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