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유튜브 채널에 '문재인 게임 | EP.1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랐다.
2분 19초 길이의 이 동영상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것이다. 영상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로 시작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영상 속 첫 번째 게임은 '영업시간 제한'이다. '폐업' 문구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등장한다. 게임에 참여한 헬스장 '관장님', 음식점 '사장님' 등이 줄줄이 탈락한다. 영상은 '여기가 더 지옥'이라는 대사로 끝을 맺는다.
22일 현재까지 조회수 55만을 기록한 영상 속 내용을 단순한 풍자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현실의 자영업자들이 영업시간 제한 등 정부 방역 조치로 고통받는 삶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20일 JTBC는 이날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동료 자영업자인 B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울 때 이렇게 급작스럽게 변을 당하게 돼서 너무 안타깝다"며 "정부에서 이런 소식을 알고 신속한 자영업자 대책, 또 많은 지원이 절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단체 등에 따르면 이로써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는 모두 24명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에 18일부터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선언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사적 모임 인원은 4인까지,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밤 9시까지로 또 제한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이랬다 저랬다 방역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회원 89만 명을 보유한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에는 '자영업자 죽이기' 대책이자 '자영업자 포기 선언'이라는 절망과 분노가 들끓고 있다.
"밤 9시면 영업시간 제한이 아니라 '정지'다" "2년 연속 크리스마스, 연말 대목을 모두 날렸다" "'위드 코로나'에 맞춰 1억 원 가까이 투자해 가게를 확장한 아래층 고깃집 사장님은 매일 술만 드시고 있다"….
거듭된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 조치로 자영업자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정부는 하나 마나 한 손실 보상으로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생색내기용 손실보상금은 한 달 임차료에도 미치지 못해 보상금 전부가 건물주들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돌아가기 일쑤다. "다 필요 없다. 영업시간 제한이나 풀라"는 자영업자들의 절규가 쏟아지는 이유다.
손실보상금 산정에는 원칙과 상식이 없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선심성 돈 풀기용 예산 편성에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당한 손실보상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국회를 통과한 손실보상법에는 자영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소급 적용 조항마저 빠졌다. 법 통과 이전 과거 손실에 대한 보상이 막혔다. 집합 금지나 영업 제한 조치를 명시적으로 받지 않은 자영업 경우 아예 손실보상 규정 자체가 없다.
이즈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영업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국가와 정부가 국민에게 일방적 헌신과 희생만을 강요할 수 있는가? 이것이 과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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