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그래도, 이재명은 아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윤석열 후보가 위기다. 위기의 징후는 지지율에서 나타난다. 여러 수치가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당한 여론조사도 있다. 최고 60%에 육박했던 정권교체 여론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상당히 앞서 나가던 중도층에서도 추격당하고 있다. 진영의 결속력도 약화됐다. 징조가 좋지 않다고 분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에 부인인 김건희 씨와 관련된 허위 학력・경력 의혹이 터졌다. 의혹도 문제지만 해명도, 대응 방식도 부적절했다. "돋보이려는 욕심", "결혼 전의 일", "후보를 뽑는 것이지, 후보 부인을 뽑는 것이 아니다", "상습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는 식의 해명으로는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쉽지 않다. 사과도 사흘 만에 했다. 사과의 3원칙이 있다. 신속하게, 변명없이, 충분하게 해야 한다. 윤 후보의 사과는 늦었고 떠밀려서 했다. "나는 아직도 억울하다"는 뒤끝까지 보인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risk'가 왔다.

윤석열 후보의 출마 명분은 '공정・정의・상식'이다. 많은 사정이 있겠지만 지원서에 허위경력을 기재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러한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신정아 씨는 직접 수사해서 유죄를 받게 하고 부인의 겸임교수 채용에 대해서는 "그게 뭐 대단한 것도 아니지 않냐"고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자칫 "당신도 이중 잣대, 내로남불"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조국과 대체 뭐가 다르냐"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큰 위기인 것이다.

방법은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며, 문재인 정권의 불의에 홀로 정의를 외쳤던 윤석열로 돌아와야 한다. 가족 일에는 보다 더 엄격한 법적, 정치적,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윤석열 다운 것'이다.

선거를 치르다보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그 과정에서 유불리를 극복하는 것이 후보와 선대위의 '역량'이다. 최근의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선대위는 그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내가 왜 당신 말을 듣느냐", "알아서 거취를 결정하라"며 막장 싸움을 하고 있다. 둘다 선대위에서 사퇴했다. 선대위의 혼란과 갈등이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난장판이자, 자중지란이다.

가족과 관련된 일도 후보에게 미루지 말고 선대위에서 관리해야 한다. 후보와 부인을 설득해 내는 것도 선대위가 할 일이다. 그런 면에서 후보와 당 지지율 하락에 이준석 대표가 "환장하겠다"고 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1차 책임은 당 대표에게 있다. 당 대표는 평론하는 자리가 아니다. 후보도 선대위도 모두 우왕좌왕하면서 유능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위기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를 대안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첫째, 본인도 가족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 형수에 대한 믿기 힘든 수준의 욕설, 아들의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혹까지 있다.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후보가 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 둘째, 사법적 리스크가 크다. 대장동, 백현동, 코나아이 의혹에 대해 특검과 검찰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셋째,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오락가락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한다고 말하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는 유예하자고 한다. 공시지가 현실화도 미루겠다고 한다.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표만 따라다니는 '표퓰리스트'다. 상황이 바뀌면 또 말과 결정을 바꿀 것이다.

77일 남은 대선에선 꼭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 치열한 경선을 치뤘던 상대방도 하루 속히 포용해야 한다. 조국, 윤미향 사태 이후 등을 돌렸던 중도층과 합리적 진보층의 지지도 확실하게 이끌어내야 한다. 이미 다 이긴 것처럼 밤늦게까지 술판을 벌이는 정신 상태로는 모처럼 맞은 기회를 날릴 수 도 있다. 겸손해야 한다. 오만하면 안 된다. 실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네거티브 공격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 '절실함'과 '간절함'만이 정권을 교체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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