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마태복음의 교훈과 이준석

김문환 역사저널리스트

베들레헴 예수님 탄생 교회 내부
베들레헴 예수님 탄생 교회 내부
카파르나움 로마 유적
카파르나움 로마 유적
예수님 세례지
예수님 세례지
김문환 역사저널리스트
김문환 역사저널리스트

크리스마스다. 예수님이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나신 곳은 베들레헴의 마구간이다. 하지만,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고 세상을 구하러 공생애를 시작한 곳은 카파르나움이다. 사막 한가운데 기적처럼 푸른 물줄기를 뽐내는 갈릴리 호수 변의 도시다. 예수님이 첫 제자 베드로(시몬)를 부르고 이어 마태(레위)를 제자로 삼은 곳이다. 로마시대부터 십자군 시기까지 번영했으며 지금은 로마 유적이 잘 보존돼 있다.

예수님이 나고 부활하신 이스라엘 땅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상상할 수 없다. 2년 전 크리스마스 무렵 찾았던 카파르나움과 갈릴리 호수는 22℃로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하고 싱그러운 녹음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예수님 세례지에서는 물속으로 들어가 세례 체험을 하고, 사해(dead sea)에서 수영을 해도 춥지 않은 날씨다.

비록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정했지만, 12사도 가운데 으뜸이고 예수님 부활 뒤 사실상 기독교의 중심이던 베드로는 갈릴리 호수 변 어부 출신이다. 이와 달리 예수님이 카파르나움에서 얻은 또 한 명의 중요한 제자이자 12사도 가운데 한 명인 마태는 공직자 출신이다. 그런데, 이 공직이 좀 민망하다. 유대인이 로마 지배 아래 있을 때 세금 관리로 동족 유대인의 고혈을 짜내 로마에 걷어주던 세리(稅吏), 요즘의 국세청 직원이다. 예수님 주변에는 로마제국의 수탈 관리부터 유대인을 독립시키려는 독립투사들까지 모여들었다.

헐벗고 굶주린 자들을 향한 보편적인 사랑을 추구했던 예수님에게 '로마의 세리냐, 로마에서 독립하려는 독립투사냐'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를 포용하는 보편성이 예수님을, 나아가 기독교를 유대인의 민족종교가 아닌 인류의 종교로 거듭나게 만들어 줬다. 페미니스트 신지예, 이수정 교수, 대척점에 있다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후보 깃발 아래 모이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마태가 유대인의 히브리어나 로마의 라틴어가 아니라 당시 동지중해 지역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그리스어로 적은 마태복음은 신약성경 가운데서도 예수님 초기 공생활 과정의 말씀을 가장 잘 전한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리고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예수님의 포용과 무한 사랑을 상징하는 마태복음 5장 38절과 39절을 펼쳐 본다. 아가페 출판사가 2014년 펴낸 고고학성경 마태복음 5장 38절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39절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

'눈에는 눈'은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 제국 함무라비 왕이 B.C 18세기 만든 법전의 내용이다. 일명 '동해복수법'(同害復讐法). 피해 입은 만큼 보복을 가하는 법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다르다. 한 대 맞으면 한 대 때려주는 게 아니라 더 때리라고 성한 뺨도 내주는 것이다.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영 간 대립이 극에 달하고, 서로 치부를 드러내며 보복에 보복을 가하는 형국이다.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일까. 유력 대선 후보들은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권위가 도전받았다면서 두 번씩이나 화를 내고 있다. 이들에게 마태복음 말씀을 되새겨보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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