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서부 컴브리아주 코프랜드의 샌턴브리지(Santon Bridge)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샌턴브리지 인'(Santon Bridge Inn)이라는 술집에서는 매년 이색적인 경연대회가 열린다. '세계 거짓말 대회'(World's Biggest Liar Championship)로, 진지한 어조로 허풍을 떨어 주민과 여행자를 웃겼던 이 술집 주인 윌 릿슨(Will Ritson·1808~1890)을 추모하며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경연 방식은 간단하다. 참가자는 무대에서 5분 동안 소품이나 원고 없이 거짓말로 심사위원과 관객들을 웃기면 된다. 우승자는 푸짐한 상금과 이 대회를 후원하는 지역 맥주 회사의 광고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참가 신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역대 최고의 우승자는 2007년 대회에 참가해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너스레를 떤 자칭 성공회 성직자가 꼽힌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 대회에 참가했다면 같은 영예를 차지했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10월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정계 은퇴 번복과 관련한 질문에 "저는 일생에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한 일이 없어요. 이것은 약속을 못 지킨 것이지, 거짓말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했다가 이 후보가 2015년 1월 9박 11일의 해외 출장 때 현지에서 김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자 이 후보는 "출장을 같이 간 하위 직원은 저를 기억하겠지만 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세계 거짓말 대회'에 참가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성적을 거둘까 궁금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후보는 참가할 수 없다. 정치인과 변호사는 참가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대회 주최 측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정치인과 변호사는 거짓말을 하는 게 직업이라 아마추어들이 그들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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