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내년 대선 앞두고 속 보이는 박근혜 사면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입원 치료 중인 삼성서울병원에서 출소 절차를 밟고 악화된 신병 치료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고 한명숙 전 총리는 복권됐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그동안 국민 화합 차원에서 꾸준히 거론돼 오던 일이다. 심지어 이낙연 전 총리도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사면을 단행하며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면 요구에 '국민 여론'을 앞세워 사실상 거부해 오던 문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불과 75일 앞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는 점은 개운치가 않다. 또 이 전 대통령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갈라치기 지적이 나오는 것도 석연치 않은 일이다.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이 4년 9개월째 수감 생활을 한 것은 지나치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본명 최서원) 국정 농단 사건으로 탄핵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하는 등 이미 온갖 수모를 겪었다. 그러고도 대통령 재임 기간(4년 1개월)보다 더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768일간 수감 생활을 하며 최장 기록을 세웠던 것에 비춰 보면 그 두 배를 훌쩍 넘긴다.

사실 '적폐' 청산 프레임에 갇혀 모든 것을 잃은 박 전 대통령보다 문재인 정부가 쌓은 신적폐가 훨씬 크고 깊다. 탈원전 과정의 불법과 위법성, 공수처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검찰의 정치 예속화,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 채무 관리 등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들이 현 정부 아래서는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일찌감치 "국민 통합을 위해 집권 초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랜 수감 생활 끝에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결국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제외했다가 갑작스러운 분리 사면을 단행한 것은 이런 요인들이 내년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때문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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