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잘 보이려 경력 부풀리고 잘못 적었다" (종합)

尹 대선 출마 후 첫 공개 석상, 대국민 사과
與·언론 제기한 허위 이력 인정…"남편 대통령 돼도 아내 역할만"
고개 떨군 채 사과문에만 시선…절반가량 尹 후보와의 개인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가 26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김 씨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 달라"며 이 같이 사과했다.

그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여권과 언론에서 제기하는 허위 이력 의혹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면서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 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며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대선 출마 이후 이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난 김 씨는 시종일관 고개를 떨군 채 준비해온 사과문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아울러 200자 원고지 6매 분량의 사과문 중 절반가량을 윤 후보와의 개인사를 공개하는데 할애했다.

김 씨는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되었다"며 과거 유산 사실을 밝혔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한 시민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허위이력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윤 후보와의 첫 만남과 관련해 "제가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녀도 자신감에 넘치고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며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해 '밥은 먹었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라' 등 늘 전화를 잊지 않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되었다. 제가 없어져서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 받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며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자책했다.

이날 김 씨의 기자회견은 시작 한 시간 전에 공지될 만큼 철저히 물밑에서 조율됐다. 김 씨는 사과문 발표 이후 질의응답은 받지 않고 당사를 빠져나갔다.

다만, 국민의힘은 김 씨의 대국민 사과와는 별도로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는 계속 정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한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관계는 별도의 자료 배포로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 (대국민 사과는) 전체적으로 많은 일에 대해서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전격적인 사과의 배경에 대해서 "후보께서 직접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상의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