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사면' 딜레마 속에…윤석열, 29일 TK 방문

검찰 재직 때 45년 구형한 당사자…정체성 논란 회자돼 복잡한 상황
대선 향배 결정지을 '중요한 일정'…"지역 숙원사업 청사진 가져와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20일 오전 대구 달서구 2.28 민주의거 기념탑을 찾아 참배하는 가운데 윤 전 총장을 보러 인파가 몰려있다. 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20일 오전 대구 달서구 2.28 민주의거 기념탑을 찾아 참배하는 가운데 윤 전 총장을 보러 인파가 몰려있다. 연합뉴스

내우외환(內憂外患) 위기에 빠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오는 29일부터 1박 2일 동안의 일정으로 보수정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방문할 예정이다.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에 검찰재직 시절 45년형을 구형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보수진영 전반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뤄지는 행보다.

당내에선 위기에 몰릴수록 이른바 '집토끼'부터 챙겨야한다는 정치권의 격언에 따라 윤 후보가 보수의 본류를 방문해 지지세를 점검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애초 윤 후보가 반(反) 문재인 대통령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던 지역민들의 생각이 '1일 1실언 논란', '처가비리 의혹', '당내 분란 방치', '정치력 부재 노출' 등의 상황을 거치면서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단행으로 윤 후보와 박 전 대통령 사이가 다시 조명되면서 지역 정치권에선 윤 후보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도 회자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의 이번 대구경북 방문 중 지역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내년 3월 치러질 대선의 향배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가 오는 29∼30일 1박 2일 간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해를 넘기지 않고 핵심지지층에 인사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준비해 온 일정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맞물리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특히 대구경북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곳이라 윤 후보의 행보가 더욱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지역민들이 듣고 싶은 말씀을 드리는 것이 순리지만 자칫 윤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아끼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심기만 생각하다보면 그동안 공 들여온 중도층 유권자들의 눈 밖에 날 우려가 있다"며 "(방문을) 안 하자니 예의가 아니고 하자니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의 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윤 후보가 지역 정치권에 내놓을 깜짝 선물 없이 그저 인사치례로 방문하는 것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한 지역방문 행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윤 후보가 보수정당 대선 후보를 지역에서 배출하지 못해 낙담한 분들도 많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도 높은 대구경북을 방문할 때는 이른바 '입'만 들고 올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바라는 선물도 챙겨오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당내 경선기간 중 윤 후보와 경합했던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윤 후보 옆에 서는 모습이 가장 필요하고, 지역 숙원사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이번 대구경북 방문과정에서 지역민들에게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은 힘들다"며 "핵심지지층이 고향 까마귀를 찾아 이재명 후보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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