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인이 살던 까마득한 어느날
북쪽 하늘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달려왔습니다.
2천℃로 달아오른, 직경 200m의 운석은
하얀 섬광을 일으키며 한반도를 뒤흔들었습니다.
충격파에 바위가 녹고 산이 증발했습니다.
충돌이 얼마나 컸던지 운석이 떨어진 곳엔
지름 4km, 수백m 깊이의 충돌구가 생겼습니다.
불덩이가 떨어진 반경 50km는 초토화,
멀리 200km까지도 열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그날, 이곳 인류에겐 종말 같은 재앙었습니다.
합천군 적중·초계면이 사이좋게 자리한 분지.
5만 년 전 운석이 떨어져 생긴 그릇 같은 지형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난해 깊이 142m까지
암석을 시추하고 분석해 그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한반도 최초, 동아시아 두 번째 운석 충돌구입니다.
동서 7km 남북 5km의 거대한 분지임에도
큰 하천이 없는 점, 퇴적층 아래 130m에서 발견된
충돌 충격파로 형성된 원뿔형 구조의 각력암,
142m에서 찾아낸 녹았다 다시 굳으며 형성된
평면변형 구조의 석영 등이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6천500만년 전, 공룡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
1908년 시베리아 평원 삼림 지역 소행성 대폭발로
대구시 면적의 두 배가 넘는 숲이 황폐화됐습니다.
2013년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불덩이가 떨어져
건물이 파괴되고 1천600여 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영화 '딥 임펙트'가 현실로. 미 항공우주국은
지난달 24일 '다트(DART) 우주선'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 우주선을 내년 9월 말쯤 지구 근접 소행성인
디모르포스에 충돌시켜 그 궤도를 바꿀 계획입니다.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인류 첫 실험입니다.
지구 근처를 떠도는 소행성은 2만 3천여 개.
지구에 위협적인 운석도 2천개가 넘는답니다.
운석 충돌구가 발 아래로 펼쳐지는 대암산에 오르면
과거와 현재 미래로, 상상의 나래가 꼬리를 뭅니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끝 모를 우주를 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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