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북대 어문 관련학과를 졸업한 A(25) 씨는 취업을 위해 상경계열 부전공도 하고 해외 유학도 다녀왔다. 가지고 있는 자격증은 7개, 토익도 975점으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지만 지원한 회사에서 탈락만 20번째다. A씨는 "차라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지난해 2월 계명대 어문 관련학과를 졸업한 B(26) 씨는 자신이 지원하려 했던 한 회사가 코로나19 이후 사무직 채용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소식을 듣고 취업 시장이 더 차가워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B씨는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매일 스터디카페로 향하지만 힘이 없다"고 털어놨다.
졸업과 취업시즌이 다가오지만 지역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져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역 대학들도 졸업생 취업률이 정부의 각종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면서 취업률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대학 졸업자 취업 조사 결과, 비수도권 대학·인문계열·여성 졸업자가 코로나19 이후 취업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지난 27일 공개한 '2020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은 전년보다 2%포인트(p) 감소한 65.1%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로 최저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냈다.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취업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비수도권 대학, 인문계열 전공, 여성 졸업자의 취업률 변동이 컸다.
수도권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6.8%인 반면 비수도권은 63.9%에 그쳤다. 전년에 비해 수도권은 1.9%p , 비수도권은 2.1%p 감소해 전년 대비 감소폭도 비수도권에서 더 컸다.
계열별로 보면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률이 가장 낮았다. 인문, 사회, 교육, 공학, 자연, 의약, 예체능 등 7개 계열 중 인문계열 졸업자 취업률은 53.5%로 가장 낮았다. 전년(56.2%) 대비 취업률 감소폭 또한 2.7%p로 전 계열 중 인문계열에서 가장 컸다.
졸업자 성별 간 취업률 차이도 있었다. 남성 졸업자와 여성 졸업자의 취업률은 각각 67.1%, 63.1%로, 4%p 차이가 났다. 성별 취업률 차이 역시 전년(3.8%p)에 비해 0.2%p 증가했다.
지역 대학들도 코로나19 이후 몰아친 취업 한파를 체감하며 전반적인 취업 지원체제 변화에 나서고 있다. 졸업생 취업률이 정부의 각종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면서 취업률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대학일자리센터장(학생성공처장)은 "대학이 취업률을 지키지 못하면 평가에서 뒤처지고, 결국 국가장학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게 된다"며 "특히 최근 일자리가 이공계열에 몰리면서 인문계열의 취업률이 낮아지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정부가 학문과 직업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4년제 대학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도 많은 제약을 주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자연스레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청년들의 취업 문이 점점 좁아지는 데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사회경제적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대학 취업률 개선이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수도권 대학 인문계 여성 졸업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며 취업에 타격이 더 심해졌다고 설명한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 실장은 "여성 비율이 높은 인문계열 대학 졸업자들이 주로 지원하는 사회 서비스업, 숙박업 등은 코로나19와 같은 대외 충격에 가장 취약한 업종인데, 이런 업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용을 줄이거나 안 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대구를 비롯한 광역시권은 이런 업종을 위주로 생산 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지역 대학을 나와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 취업 난이도가 더 높아진다"고 했다.
이소영 대구시청년센터 성장기획단장은 "지역대학 인문계열 전공 청년들을 필요로 하는 지역 내 사업장을 적극 발굴해 연계해주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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