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쇳물의 감격 '포철1고로', 반세기 5천만t 생산 뒤 은퇴

포스코, 준공 48년 만에 고로 불 끄는 종풍식
국내 최초·최장수 상징적 의미…뮤지엄으로 탈바꿈 시민에 개방

우리나라 최초의 고로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가 29일 종풍식과 함께 멈춰섰다. 포항 1고로 건설 당시 모습. 포스코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고로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가 29일 종풍식과 함께 멈춰섰다. 포항 1고로 건설 당시 모습. 포스코 제공

한국 철강 역사의 산실이자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高爐·용광로)가 29일 종풍식을 갖고 은퇴했다.

1973년 6월 9일 첫 쇳물을 쏟아내기 시작한 지 48년 6개월여 만이다. 종풍(終風)이란 수명이 다한 고로의 불을 끄는 것을 일컫는다.

1고로는 이달까지 모두 5천500만톤(t)의 쇳물을 생산했는데, 중형 자동차로 환산하면 5천500만대 분량이다. 포스코도 1고로의 활약에 힙입어 이 기간동안 연간 조강 생산량 3천594만t(지난해 기준)을 자랑하는 세계 6위 철강사로 성장했다.

김학동 사장은 "1973년 6월 9일 첫 출선 당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벌써 종풍을 맞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변한 공장 하나 없던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 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포항 1고로와 직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격려했다.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져 나오자 박태준 당시 포항종합제철 사장과 임직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포스코 제공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져 나오자 박태준 당시 포항종합제철 사장과 임직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포스코 제공

한국은 1고로의 성공적인 준공으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 쇳물은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제조업이 단기간 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든 한국경제의 밑거름이 됐다.

이에 포항 1고로는 국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족 고로' 또는 '경제 고로'로 불려왔다.

철강협회도 국내 최초·최장수 고로인 포항 1고로의 상징적 의미를 기념하며 첫 출선일인 6월 9일을 '철의 날'로 제정했다.

포항1고로는 내용적 1천660㎥의 소형 고로이기에 최근에 준공되는 5천500㎥ 이상의 초대형 고로와 비교해 생산성이나 조업 안정성에 있어서 불리한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포스코는 다년간 축적된 제선 기술을 바탕으로 역사적 상징성이 깊은 1고로의 생명을 계속해서 연장해 왔다. 1993년 2차 개수를 마지막으로 28년 10개월이란 세월을 쉼 없이 달려왔다. 효율성 측면에서 2016년 종풍계획도 있었지만 아직 더 달릴 수 있다는 판단에 1고로를 끌며 29일 마지막 출선까지 왔다.

사실 1고로는 사람으로 치면 평균수명 3배 이상 세월을 살아온 셈이다. 고로는 항상 뜨거운 열기 속에 가동되기 때문에 평균수명을 15년 이상 넘기기 어렵다. 이에 포스코는 1979년과 1993년 두 차례 개보수를 거쳐 50년 가까이 1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보다 제철산업을 먼저 시작한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이처럼 긴 여정을 끝낸 1고로는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고려해 고로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 등을 거쳐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옷을 갈아입고 시민들 품속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또 1고로 종풍에 따라 연간 100만t 가량 감소하는 출선량을 만회하기 위해 남아있는 8개 고로의 연원료 배합비 개선을 추진하는 등 효율화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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