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첨단의료 CEO] <5>천승호 인더텍 대표

ADHD, 치매 예방 디지털 인지재활 솔루션 ‘아이어스’ 개발
23세에 창업해 쓰디쓴 실패 맛봐…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며 재기
“국내 인지영역 1호 디지털 치료제로 시장 선도할 것”

천승호 인더텍 대표. 채원영 기자
천승호 인더텍 대표. 채원영 기자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는 급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통상적인 약물과는 달리 게임,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질병을 치료한다. 독성과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도 장점이다.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20%씩 성장해 오는 2025년이면 87억달러(약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의 대표적인 디지털 치료제 기업 인더텍은 인지장애를 개선하는 '아이어스'(EYAS)를 내놓으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대구 동구 인더텍 본사에서 천승호 대표를 만났다.

-창업 계기부터 들어보고 싶다.

▶좋은 사업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려 1997년 23세 나이에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을 창업했다. 하지만 창업 6개월 만에 음란물 차단 시스템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되면서 판로가 막혀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오늘도, 내일도 힘들겠지만 모레는 성공하겠지"라는 각오로 낮에는 통신공사와 전기공사로 일하고, 밤에는 컴퓨터 판매업을 하며 빚을 갚았다. 7년 만에 빚을 청산하고 현장에서 익힌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 인더텍을 설립했다.

-디지털 치료제에는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됐나?

▶지인의 자녀가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였다.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고민하다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산화 인지훈련, 치매예방 시스템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연구개발에 매진했고, 그 결과로 디지털 인지재활 솔루션 아이어스가 탄생했다. 아이어스는 미국 알츠하이머협회가 제공한 뇌 양전자 단층 촬영 자료에 근거해 효과적인 인지재활을 돕는 제품이다.

-아이어스의 현장 적용 상황은 어떤가?

▶인더텍의 근간은 정보통신, 보안 네트워크 업무이나 최근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에는 휴먼케어 솔루션 자회사인 휴메닉을 설립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경남 김해시와의 협약을 통해 연구소 기업 GHLAB을 설립했다. 현재는 헬스케어 분야가 성장해 아이어스가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병원, 아동발달센터, 대학교, 요양기관 등에 아이어스를 납품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60억원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인가?

▶디지털 치료제라는 단어조차 없던 7년 전부터 인지재활 시장의 변화를 예상하고 부작용이 없는 '머리로 먹는 약'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아직 디지털 치료제로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나 예방 차원의 치료는 충분히 가능하다. 아이어스 콘텐츠를 수행하면 신경가소성이라는 과학적 기전이 작용해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천승호 인더텍 대표. 채원영 기자
천승호 인더텍 대표. 채원영 기자

-인지재활 효과 극대화에는 역시 콘텐츠가 중요할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아이어스는 대학병원 전문의 및 교수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콘텐츠 디자인부터 흐름에 따라 어떤 변수를 제공할 것인지 등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심층적으로 분석해 개발한다. 현재 개발한 주요 콘텐츠에 대해 의료적 유효성과 효과성을 입증하도록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가?

▶디지털 치료제를 상용화하려면 결국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효과성을 검증해야 한다. 지방 중소기업이 억 단위의 임상 비용을 지불하기엔 어려움이 크다. 현재 대구의 다양한 지원기관이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임상시험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내년부터는 케이메디허브(대구첨복재단)를 통한 전폭적인 임상시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지역 의료산업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구개발특구 등 의료 인프라가 풍부하다. 대구시도 디지털 치료제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더텍이 준비하는 디지털 치료제 등 미래 먹거리를 의료산업으로 설정하고 집중 지원한다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고,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내년 초면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는 기사도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은 국내보다 한참 앞서 있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기업은 글로벌 동향을 조사하며 소비자 니즈가 무엇인지 빠르게 포착해 적용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인더텍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앞으로 계속해서 아이어스를 업데이트하며 기술을 발전시키겠다. 인지재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도 개발하며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치료제와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인더텍은 국내 인지영역 1호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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