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 정부, 종전선언이 곧 평화라는 환상 벗어나 실체를 보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9일 종전(終戰)선언 문안에 대해 한미 간에 "이미 사실상 합의가 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외교 당국자가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정 장관이 밝힌 '한-미 간 사실상 합의된 문안'이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줄곧 북한 비핵화를 주장해 온 미국과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이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은 김일성 이래로 줄곧 '한반도 평화협정'을 주장해 왔다. 주한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서해북방한계선(NLL) 폐지 등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등이 골자다.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해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의 전제로 '적대시 정책 철회'와 '이중 기준 철회' 등을 요구한다. '적대시 정책 철회'는 '미군 철수'를, '이중 기준 철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다.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의 입구'라느니 '한반도 항구적 평화'라느니 떠들어 봐야 종전선언과 함께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종전선언 후속으로 주한유엔사 해체, 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수순을 밟는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종전선언' 문안이 어떻든 결국 대한민국의 일방적 양보와 굴복, 대북 군사적 대응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문 정부는 사실과 경험에서 정책 목표와 방향을 찾지 않고, 줄곧 이념과 환상에서 찾아왔다. 탈원전 정책, 부동산 정책, 일자리 정책이 모두 그랬다. 그 결과는 에너지값 상승, 집값 폭등, 일자리 폭망이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종전선언도 다를 바 없다. 문 정부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항구적 평화' 같은 존재할 수 없는 환상에서 벗어나, 아시아 태평양에서 중국의 급부상,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 북한 유사 사태, 대만 유사 사태, 이어도에서 중국과 충돌,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등 실체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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