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전남도와 부산·울산시로 이뤄진 원전 소재 광역단체 행정협의회가 지난 27일 정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 심의·의결에 반발하며 대책 요구에 나섰다. 이번 결정으로 고준위 방폐물을 현재 원전 시설에 임시로 둘 수 있게 됨에 따라 원전 지역 주민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번 임시 보관 명문화 조치로 자칫 고준위 방폐물 보관의 고착화나 장기화마저 우려되는 만큼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정부의 이번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은 꼼수나 다름없다. 사용후핵연료나 폐핵연료봉 같은 고준위 방폐물은 원전에서 쓰인 장갑과 작업복 등 중저준위 방폐물과 달리 고위험 물질에 속한다. 즉 별도의 고준위 방폐물 보관을 위한 중간 저장 시설이나 영구 처분 시설이 절실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근본 시설 마련 조치는 않고 임시로 현 원전 시설에 두도록 하면서도 정작 지자체나 주민 의견은 무시했다.
어물쩍 결정한 규정을 내세워 원전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을 덤터기 씌운 셈이니 이들 시·도의 대책 마련 요구나 주민 반발이 나올 만하다. 게다가 이미 정부는 지난 2005년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장 건설 확정 때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의 경주 이외 건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방폐물 처리 결정으로 주민 약속까지 어겼으니 정책 신뢰마저 잃게 됐다. 경북도 등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의 정부 대책 마련 요구 목소리는 거셀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부는 임시 미봉책이 아닌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시설 마련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 원전 시설에 임시로나마 고준위 방폐물을 둘 경우, 이에 대한 마땅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불안한 주민에게 또 다른 위험과 불안을 떠안겼으니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고준위 방폐물을 떠넘긴 데 대한 소위 '보관세' 명목 혜택 등 실현 가능한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신뢰를 잃었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서 주민을 위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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