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통신자료 조회를 과도하게 벌였다는 논란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가운데, 여권에서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일 때도 당연하다는 듯 했던 게 통신조회'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30일 윤석열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건희 씨 등에 대해 이뤄진 통신자료 조회를 '문재인 정권의 불법 사찰'로 규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윤 후보는 이날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서 "저와 제 처, 제 처의 친구들, 심지어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했다"며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는 앞서 페이스북 글에서도 "야당 대선후보까지 사찰하는 '문재명' 집권 세력에 맞서 정권 교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무릎 꿇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서서 죽겠다"고 정권교체 의지를 밝혔다.
오후 법사위 회의에서는 김진욱 공수처장을 상대로 한 현안 질의를 하면서 양측 공방이 더 거칠어졌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김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법사위 출석을 앞둔 김진욱 공수처장이 이 자리에서 예정에 없던 발언을 하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의총에서 수사기관장을 불러도 되느냐"고 지적했고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의총을 민주당 의원들이 방해할 수 있느냐"고 받아치며 고성을 주고받았다.

윤 후보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법사위 회의에서 "민주당에서 일개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그냥 공수처장에 앉혀놓으니 고마워서 이 기회에 대선에 개입해 공을 세워보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통신자료 조회가 과잉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수사를 받아보면 느낄 것"이라고 김 처장을 몰아세웠다.
반대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검사가 판사를 사찰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진짜 중요한 사찰은 피의자 윤석열이 했다. 선거가 코 앞에 다가오는데 피의자 윤석열은 언제 소환할 것이냐"고 반격했다.
대선 직전인 만큼,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를 둘러싸고 여야 간 대치도 심화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중앙선대위 차원에서 이날 오전 당사에서 '문재인 정권 불법사찰 국민신고센터'를 출범하고 '공수처 폐지'를 공론화하는 한편, 수사기관 불법사찰로 피해를 본 국민들의 제보를 접수하고 법적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윤 후보의 '탄압 피해자' 이미지를 강조하며 최근의 지지율 하락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메시지도 거듭 내놓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이 정부의 권력 기관들이 국민 몰래 무슨 짓을 했는지 고백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문재인 시즌2'를 자처하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한통속이 돼서 감시국가를 만드는 데 사실상 방조했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짓을 빤히 보고서도 대통령이란 사람이 가만히 있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수처의 불법 사찰과 야당 탄압에 대한 확실한 조치를 요구하겠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황규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청와대가 공수처의 통신 조회와 관련해 '독립적 기구'라는 이유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데 대해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무차별적인 통신사찰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과연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지가 있기는 한가"라고 따져물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가 합법적이고 일반적인 수사 행위라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이번에 야당 의원들이 조회 대상이 된 '통신자료'에는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서비스 가입·해지일 등이 포함된다. 수사 대상자의 통화 내역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간단한 사유만 밝히면 법원 허가 없이도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받아낼 수 있는 자료다.
수사기관은 우선 법원 영장을 받아 수사 대상자의 통화내역을 확보한다. 이 통화 내역에는 수사 대상자가 통화한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통화 시간 등이 나온다. 이때 수사기관은 수사 대상자가 통화한 전화번호 주인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통신사에 통신자료를 요청해 이름 등을 확인한다.
민주당은 특히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시절 검찰에서 조회한 통신자료만 282만 건에 달한다는 점을 되짚어 '윤로남불(윤석열식 내로남불)'이라고 역공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 할 수는 없다. 윤석열 검찰도 수십만 건을 했으나 누구도 사찰이라 하지는 않는다"면서 "정말 여당을 빼고 야당에만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송기헌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통신 조회를 불법사찰,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고 사실 왜곡"이라며 "공수처의 135건 통신자료 확인이 불법사찰이라면 윤 후보는 더 많은 불법사찰을 지휘하고 방관한 책임자다. 피해자도 아닌 분들이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선후보 정무실장인 윤건영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135건을 조회했다고 공수처 폐지를 운운하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280만 건을 조회한 검찰은 공중분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이날 "당시 조선일보는 '통신자료 조회는 통신 수사의 한 수단일뿐 특정인을 겨냥한 사찰로 단정 짓기 어렵다. (사찰 주장 등) 여야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통신조회 남용 방지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여당에선 논란이 커질수록 야당에 정권심판론 소재만 제공하는 셈이라는 점에서 강경 대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공수처의 통신사실 조회가 야권 인사들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여론을 중심으로 사찰 의혹이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당내에서도 공수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일부 나온다. 비주류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만약 불법 부당한 부분이 있다면 그 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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