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31일 0시 석방 박근혜 "사심 갖고 이권 주는 추한 일 안 했다"

윤석열이 기소한 조국 사태엔 "남 속이는 사람은 나랏일 맡을 수 없어"
"세월호 당일, 몸 안 좋아 관저서 보고받아…해괴·루머 모함에도 진실 힘 믿어 침묵"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 서점에서 한 시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일 공개된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책은 그가 2017년 3월 탄핵된 뒤 지지자들이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과 이에 대한 박 전 대통령 답장을 엮은 것이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출판했다.

이 책은 ▷제1장 2017년-하늘이 무너지던 해 ▷제2장 2018년-끝없는 기다림 ▷제3장 2019년-희망을 보았다 ▷제4장 2020년-그리고, 아직 등 4개 장으로 구성됐다.

책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언론보도 등을 일관되게 비판하며 탄핵에 대한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엉킨 실타래도 한 올 한 올 풀려질 것으로 믿는다", "시간이 지나면 가짜와 선동은 그 스스로 무너지고 파괴된다는 믿음으로 참고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농단 수사를 이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 지지자가 보낸 편지에서 윤 후보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름이 등장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편지를 보낸 한모 씨는 '조국 청문회, 세상이 너무 어지럽습니다' 제목의 글에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를 기소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윤석열의 이름 석 자는 제 뇌리에서 지울 수 없는 증오의 대상이다. 그런 그가 조국의 처를 기소하다니 무슨 뜻일까'라고 적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가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 거짓말이 사람들을, 그것도 일부의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답장했다.

이어 "남을 속이려고 들면 들수록 더 깊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버리는 평범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랏일을 맡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97년생 유모 씨의 '세월호 참사는 하나의 종교가 되고 말았다'는 편지에는 "세월호가 침몰했던 그 날의 상황은 너무도 충격적이라서 지금 다시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답장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 상황과 관련해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며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예비역 장성이 '이제 분노의 념(念)을 거두고 자유 대한민국을 다시 살리는 일에 힘을 실어 지도해달라'고 당부한 편지엔 "제게 주신 말씀은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제가 대한민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 서점에서 직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31일 0시 특별사면으로 석방된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앞 400여 m 보도는 사면 축하 화환으로 뒤덮였다. 이날 밤 사면 환영 집회를 앞두고 지지자들도 일찌감치 병원 주변으로 모여었다.

우리공화당과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병원 앞에서 '박근혜 사면 환영 및 탄핵 무효' 집회와 기자회견을 연다. 지지자들도 해당 집회에 참석하려 오전부터 병원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는 날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으로 보인다"며 "집회와 기자회견은 기존처럼 축제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절차는 이날 밤 12시 전후로 병원 안에서 진행된다. 교정당국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증을 전달하고 병실에 상주하던 계호 인력이 철수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전직 대통령으로서 경호를 지원받는다. 대통령경호처와 경찰이 차례로 경호한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총 22년의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하던 중 지난달 22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입원했다. 석방 이후에도 내년 2월 2일까지 병원에 머물면서 치료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오늘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시점 전후로 박 전 대통령 입장발표, 메시지 전달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24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우리공화당 주최로 열린 쾌유 기원 집회에서 조원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