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이 돌아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부의 특별사면에 따라 31일 0시 석방된 것. 보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68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세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유태오 서울구치소장 등 교정당국으로부터 A4 용지 1장 분량의 '사면·복권장'을 받았다.
이로써 영어의 몸에서 자유인이 됐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받고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후 4년 9개월(1천736일) 만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 중 나빠진 어깨 질환과 허리디스크 등 지병,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치료를 위해 당분간 병원에 남을 예정이다. 최소 내년 2월2일까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이라는 게 박 전 대통령 측 설명이다.
관건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권으로부터 거리를 둘지 여부다. 건강 문제로 당장 대중 앞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과거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만큼 앞으로 정치적 언급 한 마디 한 마디에 따라 대선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권은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인한 고정 지지층의 분열을 우려하면서도 외연 확대, 야권 자중지란 등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대구경북(TK)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불릴 정도로 핵심 지지 지역이다. 그런 만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열세지역이기도 하다. 마침 자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고향이 안동이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을 함으로써 TK에서 이 후보와 민주당에 호의적 여론을 형성할 토대를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수사검사와 피의자라는 악연이 있다. 문재인 정권의 초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후보는 2017년 10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와 이어진 '적폐 수사'를 이끌었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지원하고 나서는 것은 곧 자신을 중형으로 이끈 윤 후보를 지원하는 셈이 되는 만큼 선뜻 손을 잡지 못할 것이며, 이 탓에 보수 지지층의 분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날 출간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박 전 대통령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며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부패와 더러움에 찌든 삶은 아니었다"고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재판 전반에 대해 억울한 심경을 드러낸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에 힘을 실으면서 윤 후보에게 보수층 결집을 이뤄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서신집을 통해 여전히 탄핵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만큼 윤 후보와 구원(舊怨) 해결은 정권교체 이후로 미뤄둘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 탓에 '무능한 대통령'으로 희화화 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20년을 여의도를 호령한 '선거의 여왕'이다. 그 정무적 감각은 남다르다"면서 "서신집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엉킨 실타래도 한 올 한 올 풀릴 것으로 믿는다'고 한 만큼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면 정권교체가 그 첫 단추라고 판단하고 윤 후보를 깎아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때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면을 주장한 이후 민주당 지지층 내 지지율 하락을 겪는 걸 봤으니 정권교체를 하지 않고서는 자신을 향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보수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과 우호 관계 형성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도리어 외연 확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유화적 태도가 전통적 보수 지지층은 물론 TK 표심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촛불집회에 나섰던 중도층 민심이 이탈할 수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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