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의 '텃밭' 민심이 흔들리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대구경북 쟁탈전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대구경북의 맹주를 자처해 온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에 더해 좀처럼 숙지지 않는 당 내홍사태로 지지율이 주춤하면서 빈틈을 파고드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이 보수정당 대선주자를 배출하지 못해 헛헛함을 느끼고 있는 시도민들의 마음을 윤석열 후보가 휘어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지역 출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쟁 대열에 합류했고, 역대급 비호감 대선 후보에 실망한 지역 유권자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대안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선구도가 본격적으로 굳어질 새해 첫 달, 여야 주자들의 대구경북에 대한 구애공세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尹, 본진부터 챙기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윤석열 후보는 3일 오전 활동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내부점검에 돌입했다.
지지율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당내에선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네거티브 대응전략, 비전제시 등 선거캠페인 전 영역에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당 관계자는 "선대위에서 활동하는 간판·주축·실무급 당직자들이 대부분 확실한 임무를 부여받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며 "후보가 배우라면, 선대위가 참신한 기획과 연출로 후보 움직임의 성과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후보 측근 일부만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어 '집합지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내에선 '다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고 있다. 코어(핵심지지층)를 먼저 다지고, 나선형을 그리면서 지지층을 확산해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구체적으로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부터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고히 한 후 중도로 향하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당 지지율과 정권교체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후보가 지역민들에게 확실하게 안착하지 못한 결과"라며 "지역 출신 보수정당 대선 후보를 배출하지 못해 마음이 허전한 지역민들에게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보수, 나아가서는 대구경북의 승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지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대로라면 정권교체 후 여당 비주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흔들리지 않는 '본진'부터 구축하는 것이 윤 후보가 당장 할 일이라는 훈수다. 구체적으로 당내 대선경선 경쟁자 가운데 지역출신 인사들의 입에서 '윤석열의 당선이 대구경북의 승리다'라는 발언 정도는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향 까마귀론' 앞세운 이재명, 대구경북 공략 속도
윤 후보가 우왕좌왕 하는 사이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고향 까마귀'론을 앞세워 지역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동 김씨인 아내 김혜경 씨도 한 몫을 거드는 중이다.
이 후보 진영에선 역대 대선에서처럼 '고향 출신 (보수정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지역민의 자긍심과 맞서야 한다면 어려운 승부가 되겠지만, 지금은 결코 불리한 국면이 아니라는 자체 판단을 하고 있다.
더욱이 윤 후보가 보수정당의 텃밭 민심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한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더욱더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구경북의 민주당 고정지지층에 고향 출신 후보를 향한 지역민들의 성원이 더해 질 경우 전례 없는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 득표는 여타 지역에서의 득표보다 더 큰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경기도지사 출신인 이 후보가 대구경북에서 윤 후보의 압도적인 득표만 막아도 전국 득표전에서 상당히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는 틈나는 대로 대구경북을 방문해 '고향 출신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직접 무대를 뛰는 후보가 고향의 현안과 지역민의 애환을 가장 잘 알고 있어 방문 일정을 준비하기가 수월하다"며 "예정되지 않았던 후보의 즉흥발언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철수, 비호감 후보 빈틈 파고들어
연말연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설 즈음 이른바 '3강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대구경북 민심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일단 본인은 물론 가족관련 비리혐의가 쏟아지는 거대 양당 대선주자들에게 거부감을 느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기존 전략이 적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거대양당 대선주자들이 잇따른 추문으로 '누가 덜 나쁜지' 경쟁을 하는 사이 '초격차 과학기술 육성으로 5대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군 전진기지였는데, 최근 안 후보의 행보가 지역민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며 "그동안 거대양당 후보에 가렸지만, 가족 등 주변관리나 국가발전전략 제시 측면에서 안 후보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특히 안 후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000년 3월과 4월 대구에서 의료자원봉사를 하면서 지역민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금도 대구를 방문하면 의료봉사 당시를 기억하며 언제든지 도울 일이 있으면 얘기하라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며 "선거 전략차원에서도 대구경북은 매우 중요한 곳이지만, 후보가 언제 방문해도 후보를 기분 좋게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는 곳이 대구경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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