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새해에는 과학 방역을 기대한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제야의 종소리를 듣지 못하고 우울한 새해를 맞이한 것이 벌써 2년 째이다. 작년 11월부터 시도된 단계적 일상회복은 확진자 수가 7천명을 넘으면서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으며, 기대에 찼던 사람들에게 더 큰 실망감만 안겨주고 시행 45일 만에 막을 내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행동 통제에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으며,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 생존의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기약도 할 수 없다는 점이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것과 달리 이웃 나라인 대만과 일본의 코로나19의 안정적 관리는 우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만의 확진자 수가 작년 5월 무렵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3~4천명 수준이었지만, 최근 1주 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19명에 불과해서 우리나라와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100~200명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대만의 이러한 성공적 관리의 비결은 선제적 조치, 신속 대응, 투명한 정보 공개, 스마트 방역, 정부와 민간 자원을 통합한 공동 방역, 민주적 국가경영 등 여섯 가지라고 한다.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바탕을 둔 자율 방역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으로, 그 원천은 과학적 정책결정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그 동안 우리나라 정부가 보여준 방역대책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전문가의 과학적 판단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대만은 코로나19의 발생 초기에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으며, 마스크 수급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해서 국민들에게 마스크 공급의 차질이 없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한시적으로나마 중국발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정부는 귀담아 듣지 않았으며, 마스크 수급대책도 제 때에 마련하지 않아 '마스크대란'을 불러 일으켰다.

초기 백신 확보의 실패로 백신 접종이 늦어진 것도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정부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된 예상된 결과였다. 심지어 '백신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인사를 방역기획관에 임명해서 합리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하였다.

총선을 목적에 두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누어준 것도 그 의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섭섭했던 것은 대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했을 때의 일이다. 중국 발 입국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을 두고, 일부의 인사들이 '대구 사태'니 '대구 봉쇄'니 하는 말을 쏟아낸 것은 자신들의 책임 회피를 넘어 대구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라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그런 일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생해도 그런 말을 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소름 끼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 사람들이 보여준 인내와 자발적인 방역 노력은 시민 정신의 모범이 되었으며 대구 시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금년에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는 코로나 방역에 있어서 정치적 판단보다는 과학적 판단에 근거하고,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유도할 수 있는 정직한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해본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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