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기능을 청와대 직속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받드는 것은 선출 권력이고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의 지휘에 따르도록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며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집권하면 자신이 직접 예산 편성과 집행을 관리하겠다는 소리다. 지금처럼 자신이 요구하는 재정 집행을 기재부가 반대하는 일이 없도록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제왕적인 대통령이 더욱 제왕적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예산 편성을 직접 관할하게 되면 정부 예산이 대통령의 쌈짓돈으로 전락하는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예산 편성이 대통령 개인의 대중적 인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권력 강화를 노린 '정치적 결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부도 사태를 겪은 그리스나 국민의 96%가 빈곤층으로 전락한 베네수엘라가 잘 보여주는 바다.
스스로를 '포퓰리스트'라고 했던 이 후보의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농후하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매표(買票)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에 필요한 예산 편성에 기재부가 반대하자 이 후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따뜻한 안방에서 지내다 보면 북풍한설이 부는 들판을 알지 못한다" "만행에 가까운 예산을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재정건전성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돈을 풀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옛말이 됐지만 한국의 건전재정 관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왔다. 문 정권 들어 국가부채가 급속히 늘었지만 그마나 기재부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더 늘어났을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받드는 것은 이 후보 같은 '선출 권력'이 아니라 기재부라는 '임명 권력'이었던 것이다. 이 후보는 임명 권력의 국민 받들기를 없애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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