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흔들리는 방역패스…'기본권 침해' 판결에 줄소송 후폭풍

코로나19 방역 핵심축, 시작부터 흔들…정부 "즉시 항고할 것"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스터디카페에서 관계자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스터디카페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적용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연합뉴스

법원이 학원, 스터디카페, 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방역패스 제도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

이번 판결의 파장이 방역패스가 적용되고 있는 시설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은 보건복지부(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한 행정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학부모·사교육 단체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 본안소송 판결 선고일까지 해당 시설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거나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성인 '미접종자'는 그간 출입이 금지됐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를 당장 이날 저녁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법원은 이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청소년 방역패스'가 사실상 위헌이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청소년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침해하는 조치"라고 했다.

애초 이번 가처분 신청은 입시를 앞둔 청소년이 학원 등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보호해달라는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지만, 법원이 '자기결정권'에 초점을 맞추며 방역패스를 둘러싼 논쟁이 '기본권' 문제로 넘어가게 됐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및 서울교육살리기학부모연대 등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및 서울교육살리기학부모연대 등 회원들이'청소년 방역패스 인권침해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하기 앞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의사 등이 방역패스 정책 자체에 반발해 법원에 별도의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연일 집회 등을 통해 방역패스를 비판하고 있어서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가 당초 지정한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은 유흥시설, 노래방, 실내체육시설, 목욕탕, 경륜·경정·경마·카지노, 식당·카페, 학원, 영화관·공연장, 독서실·스터디카페, 멀티방, PC방, 실내경기장, 박물관·미술관·과학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안마소, 마트·백화점 등 총 17개 시설이다.

오는 10일부터는 대형상점과 마트, 백화점에도 방역패스가 신규로 적용되는데, 생필품을 판매하는 '필수시설'이라는 점 때문에 역시 논란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오히려 방역패스가 코로나19 감염시 위중증·사망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미접종자를 보호하는 핵심 방역 정책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정부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즉시 항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가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환자·사망자의 53%를 점유하는 만큼, 현시점에는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 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일단 학원 등 일부 시설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방역패스 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건 첫 사례라는 점에서, 유례없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방역이 먼저냐, 기본권이 먼저냐에 대한 논쟁을 본격적으로 촉발하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원래 과학적이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반응과 재판부가 방역상황을 일부만 보고 판단을 해 아쉽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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