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진정한 본색은 '좋을 때'가 아니라 '어려운 상황'이나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때, 또는 '헤어질 때' 잘 나타나기 마련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범 한달만에 선거대책위원회 전격 해체를 선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미 상임선대위원장 및 홍보총괄본부장에서 물러난 만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날 물러남에 따라 결과적으로 '깐부동맹'으로 의심받던 이준석-김종인 두 인물이 모두 윤석열 선대위에서 퇴출되는 모양새가 됐다. 깐부는 '어떤 경우에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를 뜻한다.
이준석-김종인 깐부동맹 의혹은 이준석 대표의 지난해 말 재(再)가출 '패악질'이 새해까지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연계된 모종의 '음모(?)' 의구심으로까지 불거졌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에 의해 폭로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성상납 의혹 및 각종 비리·비위 의혹' 자료가 사실 민주당 측에 그대로 먼저 전달됐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그동안 이런 의혹에 대해 함구해 왔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 등이 폭로된 후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적장(敵將)인 이준석 대표를 감싸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에 대해 '보답이나 하려는 듯' 자당의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과 선대위를 공개적으로 비판·비난하는 자해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속셈'과 더불어 민주당과의 흑막을 의심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민주당이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 이외에 또 어떤 약점(?)을 잡고 배후조정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확산하는 것은 오로지 이준석 대표 본인 탓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5일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기구와 국민의힘을 잘 이끌어 국민들께 안심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모두 오롯이 후보인 제 책임이다. … 제 가족과 관련된 문제로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저의 부족에 대해 국민이 드시는 회초리와 비판을 달게 받겠다. …그동안 저에게 많은 조언과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해주신 김종인 위원장께는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조언을 계속해 주시길 부탁드렸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최근 지지율 하락과 연계된 '이준석 책임론'에 대해서는 "좋은 결과는 모두의 노력으로 이룬 것으로 다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땐 모두 오롯이 후보인 저의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에 대선 60여일을 앞둔 급박한 시점에 선대위를 폭파시킨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반응은 오만과 교만의 극단을 보였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뜻이 맞지 않으면 헤어지는 것…선대위에 재합류할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부터 누가 단일화를 해서 대통령이 되든 나는 관심이 없다"는 등 악담을 쏟아놓았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기자회견 뒤 기자들에게 "상황 규정이 잘못됐다"면서 끝까지 '대표직(職)'을 움켜질 의도를 분명히 했다.
김종인 씨는 제1야당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고, 이준석 씨는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이다. 누구보다 윤석열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에 앞장서야 할 이들이 사실은 '정권 교체'와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는 무관심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이적행위(利敵行爲)조차 서슴치 않는 파렴치한 패륜적 정치꾼이었다는 사실을 이제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종인 씨와 제1야당 대표 이준석이 왜 그토록 문-재명 정권의 실정과 폭압, 비리 의혹 등에 대해 관대하고 비판하지 않았는 지에 대한 의구심도 이제는 풀렸다. 한때 민주당이 '50년 집권' '100년 집권'을 장담했던 배경도 이해가 된다. 제1야당 국민의힘이 '민주당 2중대' 역할을 자임하는 데 아무리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이라 할지라도 '정권 재창출'을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난해 말 이준석 대표의 '2차 가출'을 신호로 김종인·이준석 + 민주당 '깐부'의 '윤석열 죽이기' 최후의 공작(工作)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대표가 당(黨) 대표의 본분을 버리고 밖으로 뛰쳐나가 친정부 성향 언론들을 매개로 내부 분란을 부추기면서 국민의힘 지지자와 중도층의 환멸을 불러일으켜 윤석열의 지지율이 급락하도록 유도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를 빌미로 3일 윤석열 후보와 전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선대위 개편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종인 본인을 제외한 선대위의 해체와 새로운 선대위 구성에 관해 이준석 대표와 상의하겠다고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 본인이) 총괄 선대위원장이 아니라 후보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는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演技)를 좀 해달라"는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치 않았다. 윤석열 후보는 '핫바지'에 불과하고, 김종인-이준석이 사실상 제1야당 국민의힘의 주인이라는 의식의 표현으로 보인다. 윤석열이 '대통령직(職)'을 오롯이 감당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비하도 담겨있다. 명백한 이적행위(利敵行爲)이다.
윤석열 후보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해촉' 의사가 분명해지면서, 김종인 씨는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김종인 씨가 제기한 '윤석열 선대위 전면 쇄신' 주장은 상당한 합리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김종인 씨의 '선대위 전면 쇄신' 주장이 진정성을 인정 받으려면 다른 선대위 주요 인사들과 함께 김종인 자신도 '자진사퇴' 의사를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김종인 씨의 '속내'는 깐부 이준석 대표의 행동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선대위가 해체되고 주요 당직자들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하는 상황에서 분란(紛亂)의 원흉이자 사태 해결을 책임져야 할 이준석 대표는 3일 이후 "나는 손학규에게 단련된 사람"이라면서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2019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 당 쇄신을 요구하며 '손학규 대표 사퇴'를 요구했고, 당시 손 대표는 당 대표 권한으로 의원들을 징계하며 1년 가까이 버텼다. 이준석 대표가 이제 겨우 60여일 남은 대통령 선거를 철저히 망치겠다는 의사를 확고하게 밝힌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드디어 일찍이 예상했던 바와 같이 윤석열 후보는 홀로 남았다. 그동안 윤석열을 지지했던 국민들과 중도층에서는 '정치 패륜아 이준석도 정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문-재명 정권을 심판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확산하는 것도 사실이다. 선대위 개편이 끝이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이준석 대표를 무력화하고 사분오열(四分五裂) 된 당(黨)에 대한 장악력을 확고히 하는 것도 선결과제이다.
국민에게는 한없이 낮은 자세로 다가가되, 시대 정신의 반역자에게는 단호한 결단력을 보이는 지도자의 면모를 윤석열 후보는 갖추어야 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윤석열 후보와 새롭게 구성된 선대위는 가져야 한다.
임진왜란 중 명랑해전 때, 겨우 남은 13척의 배중에서 12척의 배가 적(敵)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사이 나홀로 앞장선 이순신 장군의 배 1척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전장(戰場)을 수시간 동안 지켜내면서 뒤늦게 용기를 얻어 합류한 우군들과 함께 명랑대첩의 대승을 이룬 경험을 2022년 대한민국의 윤석열이 이루어내야 한다. 그래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윤석열 후보에게 다음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법구경 중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물 속의 물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탐욕과 혐오의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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