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세 사업장도 단축 근무 적용…"현장 고려하지 않은 제도"

근로시간 단축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내 범위 가능
경영환경 악화일로 사업주 불만…퇴근 직원 대체자 필요한데 그만큼 인력 관리 업무 가중
코로나·최저임금 인상도 부담

대구 3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이나 상여금 등을 정규임금에 포함하는 공장들이 늘고 있다.매일신문DB
대구 3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이나 상여금 등을 정규임금에 포함하는 공장들이 늘고 있다.매일신문DB

1일부터 30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현장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30인 미만(1인 이상) 사업장에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됐다. 돌봄 등을 이유로 근로자의 업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제도는 2020년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30인 이상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1인 이상 규모까지 포함되면서 사실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 것이다.

이로써 모든 근로자는 ▷가족돌봄 ▷본인건강 ▷은퇴준비(55세 이상) ▷학업 등의 네 가지 사유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내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신청 근로자는 단축 예정 시점 기준으로 최소 한 달 전에 사업주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해야 하고, 사업주는 2주 전까지 허용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또 사업주는 별다른 이유가 없고 요건이 충족된다면 근로시간을 단축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두고 30인 미만 사업장에선 고개를 젓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조기 퇴근하는 직원들을 대신해 추가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그로 인한 관리와 일정 조정 등 업무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7인으로 페인트 도장 공장을 운영 중인 A(56) 씨는 "코로나19와 최저임금인상까지 겹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됐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또 기업만 죽어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46) 씨는 "근무시간이 단축되는 직원 대신 누군가가 오더라도 가게 전체로 보면 인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들을 시간별로 업무를 새롭게 분담해 줘야 하는데 그 자체가 일이고 부담이다"면서 "아직 근무시간을 줄인다는 직원이 없지만, 향후 단축한다고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같은 제도를 영세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성장을 억제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

코로나19와 최저임금인상으로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 근로시간 단축은 현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예외적으로 사업주가 근로자의 업무시간 단축 신청에 대해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업무 성격상 근로시간 분할 수행이 어렵거나,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또한 사업주가 스스로 증명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단축제도로 사업장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와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은 숙련인력들이 돌봄 등 사유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고, 사업장들도 이들을 잃지 않음으로써 손실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면서 "근로자의 업무시간 단축을 허용한 사업주는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을 통해 간접노무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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