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장례는 당일 장사가 기본이다. 아열대성 기후와 지중해성 기후의 중간에 위치하며 연중 우기와 건기가 교차하는 탓에 장사 기간이 길 경우 많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신 부패로 인한 냄새를 가리려면 이방인의 풍습인 향품과 향유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득이 당일 장사를 지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유대인 장례법은 지구촌 곳곳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장례법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국가와 지역, 민족 등 각 공동체의 문화나 풍속에 따라 장례 법식이 크게 차이가 난다. 대개 거주지의 자연환경 등에 기초해 장례법을 마련하고 그대로 지키는 게 보편적이다. 또 신앙이나 사상, 대를 물려 내려오는 관습 등도 장례문화의 차이를 가른다.
불과 40, 5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장례법은 전통 방식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이후 장례의 의미 구조나 절차가 많이 달라지고 간소화하기는 했지만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소가족화 등 사회구조의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장례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종교나 가풍, 가족 구성원 합의 등에 따라 각자 형편과 처지에 맞게 장례를 치르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면서 다양성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장례문화나 형식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를 촉진하는 등 새 전기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무빈소 장례'다. 이는 조문객을 맞이하는 빈소 없이 가족만의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친구나 가까운 지인 등에 부음을 알리고 일가친척만 참여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조문 자체가 번거로워지면서 망자의 유언이나 유족의 뜻에 따라 빈소 없이 장례를 치르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 감염 사망자에 대한 '선화장 후장례' 지침도 빼놓을 수 없는 배경이다. 방역 당국은 유족의 반발에도 입관 등 절차를 생략하고 사망 당일 화장을 유도하고 있다.
문화와 제도는 물이 흐르는 것과 같다. 시대에 따라 생각이 바뀌고 외부 변수가 장례문화 등 변화를 촉진한다. 언제 세상과 이별할지 모르듯 장례문화도 세월이 흐를수록 빠르게 변모하면서 앞으로 '조문객을 받지 않는 게 예의'라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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