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석열 불리한 기사에 '베플 점령' 좌표 찍은 '신 남성연대'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 “페미들은 우리 못 이겨” 쓰니 5분 만에 좋아요 1천여 개

신 남성연대, 뉴스 베플 점령
신 남성연대, 뉴스 베플 점령 '2차 총공' 지시. 신 남성연대 디스코드 채널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청년 간담회 스피커폰 참가' 논란에 휩싸인 날,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 다수의 '베플'(베스트 댓글)이 삽시간에 기사와 무관한 '페미 손절' 댓글로 도배됐다.

반여성주의 성향 단체 '신 남성연대'가 기사에 댓글을 달고 회원을 동원해 공감 비율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기존 베플을 밀어내는 정황이 포착됐다.

5일 오후 6시쯤 매일신문과 조선일보, 서울경제, 뉴시스, 오마이뉴스, 헤럴드경제, 조선비즈, 부산일보 등은 윤 후보의 '청년 간담회 스피커폰 참가' 논란을 보도했다.

각 기사는 이날 오전 윤 후보가 "2030 청년 목소리를 새겨 듣겠다"고 발언한 뒤 국민의힘 선대위 국민소통본부가 화상회의 형태 '청년 간담회'를 마련했으나 윤 후보가 불참해 참석자들 원성이 컸다는 내용을 담았다. 행사에 참여했다는 청년 등이 댓글 수백개 에서 수천 개를 다는 등 청년들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를 두고 국민소통본부 측은 "행사에 민주당 지지층이 동원돼 윤 후보를 비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 측은 "윤 후보는 참석 계획이 없었으나 국민소통본부가 임의로 참석한다고 알렸다"며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의 공개 사과와 모든 직책 사퇴를 요구한다"며 사과했다.

신 남성연대 댓글공작 의혹. 네이버 뉴스
신 남성연대 댓글공작 의혹. 네이버 뉴스 '신 남성연대' 계정 등 갈무리

각 언론사가 관련 보도를 내놓은 지 1시간 만인 오후 7시쯤, 각 기사 베플이 일제히 바뀌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네이버에 등록된 본지 기사 경우 오후 5시 57분쯤 누리꾼 blac****이 "정신나갔네 진짜 ㅋㅋㅋ 취업농단 마누라는 억울하다 드립에, 가는데마다 지각에"라는 댓글을 남겨 같은 날 오후 6시 50분까지 400여 개 공감을 받고 베플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오후 6시 58분쯤 누리꾼 newm****이 "페미를 손절하고 페미손절=지지율상승의 엄청난 변곡점에 맞닥뜨리니 아주 페미들 좌표찍고 위기감 느껴서 난리가 나는구나…(후략)"라는 댓글로 베플을 차지했다.

해당 댓글은 작성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1천300여 개 추천을 받았다. 그 아래로 'ㄹㅇㅋㅋ', '맞습니다', 'ㅇㅈ', '손절하게 만들거야~', '페미손절=지지율 향상' 등 대댓글 수십 개가 줄을 이었다.

같은 시각 기존 베플(blac**** 작성)은 순식간에 비공감 600개를 받으며 순공감 댓글 순위가 급락했다.

'페미' 관련 댓글을 작성한 누리꾼 newm****은 타 언론사의 같은 주제 기사에도 비슷한 내용의 댓글을 남겨 베플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신 남성연대 댓글공작 의혹. 네이버 뉴스
신 남성연대 댓글공작 의혹. 네이버 뉴스 '신 남성연대' 계정 등 갈무리

해당 누리꾼은 네이버 뉴스 닉네임(활동명) '신 남성연대'로, 앞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은 계정이다.

지난해 들어 등장한 반여성주의 단체 '신 남성연대'는 온라인에서 동조자를 모은 뒤 '페미니즘' 관련 기사나 자신들 입맛에 맞는 기사에 몰려가 기사 또는 댓글에 '반대' 의견을 내거나, 같은 편 댓글에 '공감'을 누른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신 남성연대가 지난해 8월 익명 기반 메신저 프로그램 '디스코드'에서 '우리가 남성연대 쉴드다'라는 대화방을 운영하며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 남성연대는 보수 성향 유튜버인 '왕자'(실명 배인규)가 지난해 4월 만든 단체로, 네이버 공식 카페와 디스코드 대화방을 운영하며 수만 명의 회원을 뒀다.

신 남성연대 운영진은 자체 판단하거나 제보를 받아 기사를 고른 뒤 디스코드 대화방 내 '언론정화팀' 채널에 해당 기사 링크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면 회원들은 악성 댓글을 달거나 '화나요'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단체 의견과 비슷한 댓글에 추천을 몰아줘 '베스트 댓글'을 차지한다.

지난해엔 특정 기사를 옹호하는 여론조작 시도도 포착됐다.

이데일리가 보도한 '윤석열 측 "페미니스트가 먼저 '한국남자=한남충' 주장"' 기사에는 좌표 지정 이후 10분 만에 390개의 댓글이 쏟아졌다.

댓글은 대부분 "여성혐오가 아니라 페미혐오" "정상적인 여자들은 페미니즘이 여성이기주의고 남성혐오주의인 거 다 안다" 등 내용이었다.

운영진은 디스코드 대화방에서 "포커스는 윤 후보의 페미니즘 발언이 실언이 아니었음을 지적하면 된다"는 지침까지 하달하기도 했다.

신 남성연대가 메신저 디스코드에서 특정 기사 좌표를 찍고 행동 지침을 내린 모습. 디스코드 갈무리
신 남성연대가 메신저 디스코드에서 특정 기사 좌표를 찍고 행동 지침을 내린 모습. 디스코드 갈무리

그간 페미니즘 기사에 반응하던 신 남성연대가 그와 무관한 윤 후보 관련 기사에 반응하는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신 남성연대 경우 주로 '페미니스트들이 먼저 여론조작을 시도하니 반발해 대응한다'는 입장이었다. 그와 달리 이날은 윤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는 주제의 기사의 베플을 점령해 다른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언론·미디어 전문가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기사 관련 여론은 '베플' 분위기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공감도가 높은 댓글이 여론을 반영한다는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탓에 특정 단체가 포털사이트 베플을 선점할 수 있는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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