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산불감시 현장…"작은 불씨도 찾겠다 샅샅이 순찰"

“등산객 인화 물질 없다 해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서 하루 수차례 순찰 나가”
한 번 켠 촛불 끄지 않은 채 자리 뜨는 무속인들…, 다가오는 정월대보름 벌써 걱정
최근 5년간 대구 산불 99건 가운데 83건이 ‘산불조심기간’에 발생

8일 오전 9시30분쯤 대구 팔공산 갓바위 초소. 산불감시원 도봉화(62) 씨가 등산객들에게
8일 오전 9시30분쯤 대구 팔공산 갓바위 초소. 산불감시원 도봉화(62) 씨가 등산객들에게 "담배와 라이터 같은 인화 물질은 두고 가셔야 합니다. 산불 조심해주세요"라고 산불 예방을 홍보하고 있다. 임재환 기자

최근 건조한 겨울철 날씨 속에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산불감시가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역력했다.

대구에서 팔공산 산불을 예방하는 곳은 '팔공산자연공원 관리사무소(이하 관리사무소)'와 동구청의 '공산동행정복지센터'다. 나머지 구역은 경상북도가 담당한다.

8일 오전 9시쯤 관리사무소의 갓바위 산불초소. 이곳에서 산불감시원으로 4년째 근무 중인 도봉화(62) 씨는 등산객들에게 산불 예방을 홍보했다. 등산객 담뱃불로 인한 화재는 줄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초소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흡연 여부는 모르는 일이다. 도씨는 순찰을 위해 하루에도 수 차례 초소 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하고자 1.5ℓ등짐펌프도 메고 간다.

오전 10시쯤 인근 수태골 산불초소를 지키는 강승철(41) 씨는 최근 갓바위 초소 인근에서 발생한 불로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사흘 전 산불로 나무 10그루와 바위 밑이 검게 그을렸다. 다행히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아 큰불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곳곳에 흩어진 불을 찾는다고 고생했다. 진화되는 데 5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당시 산불은 무속인이 기도를 위해 켰던 촛불에서 시작됐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정월대보름에는 대부분 직원이 자정까지 퇴근을 미루고 비상체제로 돌입한다. 작은 불씨라도 발견하겠다는 각오로 산 곳곳을 샅샅이 순찰한다"고 말했다.

8일 오후 3시쯤 대구 팔공산 대왕재감시탑. 산불감시원 김동일씨가 망원경으로 팔공산 산불을 확인하고 있다. 임재환 기자
8일 오후 3시쯤 대구 팔공산 대왕재감시탑. 산불감시원 김동일씨가 망원경으로 팔공산 산불을 확인하고 있다. 임재환 기자

산불을 진화하는 데에는 초기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복이 쌓인 낙엽 밑으로 잔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관건이다.

산불감시 18년 경력에 접어든 배테랑 김상구(73) 반장은 여전히 무전을 들을 때 만큼은 긴장한다고 했다. 이날 김 반장의 상의 왼쪽 주머니에 꽂힌 무전기는 순찰 중인 헬기로부터 무전이 수시로 흘러나왔다. '특이사항 없다'는 무전을 보고받고 나서야 초소 순찰에 나섰다.

김 반장은 "산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산불에 대한 경각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빠른 진화를 위해 이번에 초소 내엔 소화기도 비치했다"고 말했다.

소방안전본부는 '산불조심기간(11월~5월)'인 만큼 등산객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대구에서 발생한 산불 99건 가운데 84%(83건)이 해당 기간에 발생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작은 불씨는 언제든지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들이 산에 오를 때 만큼은 라이터와 성냥 등 인화 물질을 초소에 맡겨야 한다"며 "산불이 발생했다면 바로 신고하고, 소방대원들이 빠르게 현장을 도착할 수 있도록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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