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이사람] 상주문화회관과 31년간 공존…정휘경 상주문화회관 관장

31년 1만여 공연 지켜본 유일한 증인…상주시민 문화갈증 해소·지역예술단체 성공 공연 숨은 주역
지역문화예술발전 기여 공로…지난달 31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정휘경 상주문화회관 관장
정휘경 상주문화회관 관장

"공직 생활 31년을 몽땅 31년 전 건립된 상주문화회관에서만 일했지요. 사람들이 상주문화회관이 제 공무원 임용 동기라고 합니다(웃음)."

정휘경 경북 상주문화회관 관장(57)의 31년간 공직 생활은 상주문화회관 31년 역사와 동일하다. 정 관장은 1990년 상주문화회관(510석) 개관과 함께 첫 근무지로 공직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재직하고 있다.

평직원에서 관장까지 31년간 상주문화회관 무대에서 펼쳐진 1만여 회의 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과 전시 및 영상을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다.

오랜 세월 단 한 차례도 안전사고 없는 상주문화회관을 이끌었다. 무대예술전문인 1급 자격 취득자이기도 한 정 관장은 조명과 음향기기, 영사기 등 못 다루는 무대 장비가 없다.

전문 공연단체나 지역 예술단체 할 것 없이 공연의 순간, 항상 그들과 원 팀이 돼 호흡을 같이해 왔다.

그가 선택해 유치한 많은 공연들은 시민 감동과 호응으로 이어졌으며 외지 관람객까지 유치하는 만원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상주문화회관은 한때 극장이 없던 상주의 유일한 영화상영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3곳에 이르던 영화 전용 소극장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시민들은 구미나 안동, 대구 등지로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게 한때 유행이 된 적도 있다.

지난 2010년 정 관장은 매주 시비로 최신 영화를 대여해 시민들에게는 단돈 1천원의 입장료를 받는 아이디어를 내, 8년간 지역민들의 영화 갈증을 해소한 주역이다.

"영화 배급사에 대관료를 받고 상영 장소만 빌려주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윤을 남겨야 하는 영화 배급사는 입장료를 현실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민 부담이 된다고 판단,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당시는 영화를 미리 볼 수 없어 좋은 영화를 선택하기 위해 틈 나는 대로 사비를 털어 대도시 개봉관에서 먼저 감상했고 시민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싶은 확신이 서면 선택을 했다고 한다.

시민 호응은 너무 좋았다. 당시 극장에서 6천~8천원 하던 영화를 상주 시민들은 제때 1천원에 감상할 수 있었고, 그 뒤로 시민들의 원정 영화 관람(?) 유행은 사라졌다.

정휘경 상주문화회관 관장
정휘경 상주문화회관 관장

밝고 쾌활한 성격인 정 관장은 지역 예술인과의 소통도 적극적이어서 인기가 많다.

한 지역 예술단체 관계자는 "우리가 준비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면 정 관장은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숨어서 음향과 조명을 적절히 컨트롤해 준다"며 "마치 무대감독을 섭외해 함께 공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정 관장은 "그간 시민들이 보고 싶어 하는 공연 등을 발굴하고자 노력했고 시민들이 문화회관에서 감동을 받고 귀가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공연과 전시 등 지역 예술계가 위축되고 방역 수칙 때문에 썰렁한 공연장을 보면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 관장은 "앞으로도 시민의 벗이자 나의 벗이기도 한 상주문화회관이 시민들에게 좋은 추억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올해는 제발 코로나가 종식돼 문화회관에 예전처럼 다시 감동의 물결이 넘치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정휘경 상주문화회관 관장을 우리나라 문화예술회관 운영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표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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