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한열 열사가 숨지자 아들 뒤를 이어 민주화운동에 일생을 바친 배은심 여사가 9일 오전 5시 28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배 여사는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시술받은 뒤 지난 7∼8일쯤 퇴원해 광주 동구 지산동 집으로 돌아왔다.
배 여사 자녀로는 이 열사를 포함해 5남매가 있었다. 그 중 딸 3명이 돌아가면서 어머니를 보살폈다. 배 여사는 주변인과 무리 없이 대화하는 등 건강을 회복한 듯했으나 이날 새벽 다시 쓰러졌다.
딸이 어머니가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병원에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
유족들은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보이는 만큼 부검 없이 광주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조선대병원장례식장 1분향소에 마련됐다. 오는 11일 오전 9시 발인한 뒤 5·18 구묘역인 광주 망월동 8묘역에 안장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유족들과 협의해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가안)' 장례위원회를 꾸려 광주에서 사회장(3일장)을 치르고 서울에도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배 여사는 아들 이한열 열사가 1987년 6월 9일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지기 전까지 평범한 주부로 살아 왔다.
이한열의 아버지이자 배 여사의 남편 이병섭 씨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떠났다.
배 여사는 이 열사가 숨진 뒤 아들 뒤를 이어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하고서 민주화 시위·집회가 열리는 곳 어디든 찾아가 힘을 보탰다.
1998년부터는 유가협 회장을 맡았다. 422일 간 국회 앞 천막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고(故)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고(故) 이소선 여사와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故) 박정기 씨 등과 함께했다.
2009년에는 용산참사 소식에 곧장 달려가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배 여사는 이러한 민주화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6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배 여사의 부고가 전해지자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 고인을 향한 애도가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6월과 민주주의의 어머님, 배은심 여사님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썼다.
이 후보는 "어머님께서는 숱한 불면의 밤을 수면제를 쪼개어 드실지언정 전국민족민주열사유가족협의회의 일이라면 전국을 다니며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셨다"고 추모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등도 '시대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명복을 빌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페이스북 글에서 고인을 추모하며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이한열 열사와 배은심 여사님의 그 뜻, 이제 저희가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이한열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어머님이신 배은심 여사의 명복을 빈다. 어머님은 자식에 대한 사랑을 대한민국 미래 세대 모두에 대한 더 큰 사랑으로 승화시켰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도 이용섭 광주시장이 추모 성명을 내고 광주·전남 추모연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이 애도를 표명하는 등 추모의 물결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등은 이날 저녁 고인의 빈소에 갈 계획이다. 다른 정치인들의 조문도 잇따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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