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연차 산업 위기 돌파"…경주·경산·영천을 '미래車 벨트' 삼는다

"지역 제조업 한 축인 자동차 부품산업 위기 두고 볼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경북도, 상생형 일자리로 업계 체질 개선·고용 창출 '일석이조' 노린다

지난해 11월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지난해 11월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미래차 전환 대비 일자리 정책 개발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가 경주·경산·영천을 미래차 벨트로 삼아 상생형 일자리 구축에 나선 것은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히 변하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현이다.

도내 제조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업계가 처한 위기를 상생의 에너지로 묶어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도 기저에 깔렸다.

◆미래차 전환 준비 시급

경북의 자동차부품산업은 경주와 경산, 영천 등 도내 남부권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전국 자동차부품업체 1만320개 가운데 13.7%인 1천414개가 경북에 소재하며 종사자 수는 전국 26만 명 대비 13.8%인 3.6만 명 규모다. 경북엔 완성차 업체가 없지만 전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부품 기업이 밀집해 있다.

경주시가 가장 많은 646개 업체가 있어 45.7%의 비중을 차지하며 경산 226개(16%), 영천 139개(9.8%) 등 순서로 뒤를 잇는다.

문제는 다수 업체가 영세한 데다 전기차 전환 시 활용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내 자동차부품업체 가운데 1차 협력업체 비중은 전국 대비 8.3%에 불과한 실정으로 2, 3차 협력업체가 주를 이룬다. 자체 연구 역량 등을 갖추지 못했고 현대·기아차 납품 비율이 90%를 넘기는 등 대기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얘기다.

종사자 50명 미만의 업체 비중이 88.3%에 달하는 등 소규모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종사자수 기준 50~100명 미만은 91개소, 100~300명 미만은 63개소, 300~1천명 미만은 12개소 수준이다.

다수 업체는 전기차 대중화에 따라 부품 개량 및 전환이라는 과제가 맞닥뜨려 있는 여건이다.

경북도 내부 자료에 따르면 차체 부품 경량화 전환 대상은 295개소(20.9%), 엔진 부품 중 불필요한 부품을 전환해야 하는 기업은 214개소(15.1%), 동력 전달 등에 드는 일부 불필요 부품 전환 대상 기업은 131개소(9.3%)로 나타났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내 자동차부품업체 가운데 10곳 중 4곳 이상은 선제적인 미래차 전환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북도, 미래차 기술 개발 지원

위기를 감지한 경북도는 지역 미래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기업과 학계, 연구소 등이 함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미래차 부품 기술융합 지원(33억원)'을 한다.

지역기업을 선정해 기술·구조를 진단하고 미래차 분야 전략 수립을 컨설팅해주는 '미래자동차 사업재편 혁신성장 지원 사업도 5억5천만원의 예산을 편성, 2026년까지 진행한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141억원이 투입되는 '도심형 자율주행셔틀 부품 및 모듈 기반 조성' 사업도 펼치고 있다. 미래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과 관련, 기술 지원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자는 게 목적이다.

이 외 자동차 부품 산업에 첨단 소재를 적용해 생산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차량용 첨단 소재 성형가공 기술고도화 기반구축'(2020~2022년, 289억원) 사업, 미래형자동차 차체 등 제품화 전환 지원(2020~2022년, 68억원) 등도 진행 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미래차 시장은 전기, 수소차, 자율주행차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돼 내연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지역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신규 사업도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차 전환 위기를 상생 기회로

경북도의 이같은 지원 사업은 업체의 관점에서 접근해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성격이 강하다. 경북도의 상생형 일자리 구상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지역사회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데에 방점이 있다.

경북과 인접한 울산 역시 현대자동차 노사와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간 상생협력을 추진하며 '오토밸리 4.0 일자리 모델'을 구상한 바 있다. 2, 3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구성돼 경북의 자동차 산업과 유사한 면이 많아 정책적 협력이 가능한 여건이기도 하다.

도내 자동차부품업계 일부도 미래차 전환을 위한 상생형 일자리 모델에 관심을 보인다.

경북도가 지난해 8~9월 도내 200개 자동차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43.5%가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52개 업체(26%)는 실제 추진 시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보이기도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 검토는 미래차 전환이 업계의 연구개발 등에 국한된 부분이 아니라 고용과 일자리의 질 등이 복합된 영역으로 접근하자는 발상"이라며 "구미형 일자리에 이은 도내 대표 상생형 일자리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래차 전환을 위한 도내 거버넌스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구시의 경우 최근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센터'를 발족하고 미래차 전환 비전 선포식을 여는 등 성공적인 미래차 전환을 위한 구심점을 마련한 바 있다.

경북에는 자동차부품기업협의회가 발달돼 있지 않아 업계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수렴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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